⑤주민 발의로 시작된 옥천 푸드 사업, '옥천살림'이 있어 가능했다
⑤주민 발의로 시작된 옥천 푸드 사업, '옥천살림'이 있어 가능했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9.08.22 10:13
  • 호수 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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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아닌 군민 운동으로 학교급식, 옥천 푸드 조례까지 까지 만들어 내

글 싣는 순서

①보은군의 로컬푸드 정책은 아직도…
②로컬푸드 1번지 만든 완주군의 농정패러다임
③독립경영체 성공모델인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④로컬푸드로 공공급식 선도 모델 만든 나주시 자치농정
▶⑤농민·군민운동으로 푸드사업 시작 옥천살림 협동조합
⑥지역순환경제 확장한 일본 오야미농협의 지산지소 운동
⑦일본 로컬푸드 직매장 및급식센터 운영사례

지역에서 소비되고 있는 농산물은 중간 상인들이 대도시 공판장에서 구입해와 지역 시장에 공급한다. 이 체계는 수십 년 간 계속 되고 있는 일이다. 이로 인해 고가의 유통비용 발생은 물론 생산지인 보은지역 주민들은 지역 농산물을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특히 보은군 농민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령농, 소농, 여성농, 귀농인들은 물량이 안돼 공판장 출하도 어렵다. 운송수단도 취약해 잘 지어놓은 농산물을  동네 안으로 들어와 값을 후려치는 외지상인들에게 헐값에 팔리는 가슴아픔을 겪는다. 팔고 싶어도 물량이 작아 어디에 팔아야할지 몰라 자식들에게 주고 이웃에게 인심쓰는 때가 많은 것이 보은군 농산물 유통의 현실이다. 따라서 본보는 로컬푸드 운동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을거리의 안정적 공급과 유통으로 농가의 소득안정을 꾀하는 등 지역의 순환경제로 전환돼 농업의 지속가능성, 로컬푸드로 지역경제 확장성을 보여주는 선진사례를 통해 우리지역의 로컬푸드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완주군과 나주시가 행정이 나서서 먹거리 정책을 폈다면 옥천은 행정이 아닌 주민 주도로 푸드사업을 펼친 곳이다. 농민 운동, 군민 운동으로 푸드사업이 시작된 옥천군의 사례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관심이 많이 간다. 옥천 푸드사업에서 옥천농민회 옥천흙살림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옥천 로컬푸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농민회와 흙살림을 아우르며 설립된 협동조합 옥천살림(이사장 신한중, 상임이사 주교종)은 급식 및 직매장 운영 등 현재 옥천 먹거리 사업의 중추를 맡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주민이 먹거리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는 농민이 주도한 옥천군 로컬푸드 사례를 살펴본다.

?먹거리 운동 12년, 협동조합 옥천살림
옥천군 로컬푸드 정책의 본격적인 출발은 지난 2007년 제정된 옥천군 학교급식지원에 관한 조례라고 할 수 있다. 옥천에서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을 비롯한 안전하고 우수한 농축수산물 또는 그 가공품을 학교급식으로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05년 농민회와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으로 만들어진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가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농산물을 학교 급식에 공급하는 조례제정운동을 추진했다. 당시 이사업을 잿밥으로 보았던 군의회가 이를 나꿔채 의원 발의로 조례를 추진했는데 농민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현금 지원방식이었던것.
결국 농민의 문제제기로 현물지원을 이뤄냈고, 2007년 학교급식지원조례가 탄생했고 2008년엔 예산도 확보했다.
학교급식에 옥천 친환경농산물만 공급하면 되는데 운영 주체가 없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군과 옥천농협에서도 손사래를 쳤다.
질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주력해야 하는 농민(농민회와 친환경농업인)들은 조례를 만들고 예산확보에도 역할을 했는데 정작 운영주체가 없어 예산 반납도 예상되는 상황이 된 것. 결국 신한중 이사장은 주교종 옥천살림 상임이사 등 농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5명이 출자하고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민들이 만든 옥천흙살림에서 종잣돈을 보태서 지금까지 옥천 푸드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영농법인 옥천살림이 탄생했다.
급식사업을 맡은 옥천살림은 2008년 유치원, 어린이집, 초중고등학교에 친환경 무농약쌀 공급을 시작했고 이듬해에는 무항생제 유정란, 무농약 감자, 우리콩두부로 품목이 확대됐다. 2010년엔 어린이집 새참(간식) 공급을 시작했고 2012년부터는 깻잎, 상추 등 엽채류 연중 공급 품목을 확대해나갔다. 2013년엔 도립대기숙사 인근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었다.
그리고 학교급식지원조례 제정 후 4년 뒤인 2011년엔 학교급식을 넘어 옥천군의 먹거리 전반에 걸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먹거리 조례가 제정됐다. 주민발의로 시작된 옥천푸드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다.
옥천군에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 가공된 안전한 농산물과 우수한 품질의 식품 공급 및 순환과 공생의 유통, 소비를 포괄하는 지역의 농식품순환체계를 확립함으로써 농업인의 소득안정과 지역경제활성화, 농촌환경의 보전과 주민의 건강증진 및 식량주권을 확보하는데 옥천 푸드육성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주민발의 요건은 886명이지만 서명참가자가 1천731명에 달했을 정도로 주민반응이 뜨거웠다. 2년간 조례안에 대한 민관 협의를 거쳐 2013년 11월 드디어 옥천군의 먹거리 종합 정책이 담긴 옥천군의 푸드육성 관련 조례가 탄생했다. 현 문재인 정부의 푸드플랜 정책을 옥천군은 이미 2013년에 시작한 것이다. 이 조례에 근거해 2015년 옥천푸드유통센터, 2017년 옥천푸드가공센터가 문을 열었고, 2019년 5월 드디어 옥천로컬푸드직매장까지 개장됐다.
옥천군의 먹거리 역사 12년에 옥천살림의 역할은 지대했다. 그래서 2013년 푸드육성 관련 조례가 제정된 후 옥천군이 급식사업과 향후 직매장을 운영할 푸드유통센터 운영자를 찾았는데 지역사회에서는 옥천살림이 해야만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이란 분위기가 일었다. 옥천살림은 모든 평가에서 아주 높은 점수로 수탁을 받았다.
등기이사 5명의 영농조합법인으로 시작한 옥천살림은 직원 15명, 생산자와 소비자 등 200명을 조합원으로 둔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월 옥천푸드유통센터 운영자로 재 수탁돼 3년간 운영하게 됐으며 급식 품목도 처음 5개에서 60개 품목으로 늘었다. 질적 및 양적 성장은 분명하다.
옥천살림의 역사와 그동안의 과정을 이렇게 장황하게 보도하는 것은 옥천군의 먹거리 역사에서 옥천살림을 빼놓을 없기 때문이다. 옥천의 먹거리는 옥천살림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옥천 직매장에선 옥천살림의 철학이 보인다
향수한우타운 옆에 497㎡ 규모로 들어선 옥천로컬푸드 직매장을 보면 운영주체인 협동조합 옥천살림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로컬푸드 매장은 보통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을 진열 판매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나오지 않는 식자재를 제휴 형식을 빌리거나 도 차원으로 범위를 넓혀 지역에서 나오지 않는 식자재도 도내 것으로 진열하는 등 구색을 갖춰 운영하는 곳도 있다.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할 때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야만 원스톱 구매가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옥천도 이 부분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옥천에서 생산되지 않은 것은 아예 입점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옥천 것만 하자는 의지를 갖고 제휴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역실정에 맞게 지역의 눈으로 바라봤더니 보이는 게 있었다. 바로 민물고기였다. 그렇게 해서 매장에 들어선 것이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전국 최초 민물고기 수족관이다.
"우리지역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채워 넣을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지역에 있는 것을 어떻게 더 찾아낼까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주교종 협동조합 옥천살림 상임이사의 멋있는 철학이다. 대청호를 중심으로 한 어업활동이 이뤄지는 곳이어서 쏘가리, 동자개, 붕어 등 민물고기 냉동제품과 수족관을 유유히 헤엄치는 민물활어도 볼 수 있다. 또 다슬기도 포장돼 진열돼 있다.
또 보통의 직매장의 경우 1층은 매장, 2층은 한식 레스토랑 등과 같은 밥집을 운영하는데 옥천군은 레스토랑이 없다.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는 한우타운을 배려해 밥집 대신 뜰팡이란 카페를 냈다. 처음에는 왜 카페냐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옥천에서 생산되지 않는 커피를 팔 수 없지 않느냐, 그럼 한방차를 팔면 되지 않겠느냐 등 카페 개설에 따른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이 오갔다.
그러나 막상 카페 문을 열고 보니 매장에서 나오는 과일로 생과일주스도 만들고 라떼도 만들고, 에이드 등 다양한 음료를 만들어 파는데 처음 우려와는 달리 지금은 전화위복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옥천군은 조만간 한식 레스토랑 개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옥천군과 옥천살림은 로컬푸드사업을 위해 2015년부터 고령, 소농, 귀농·농귀촌인 등을 대상으로 로컬푸드 생산자 조직화 교육을 실시했다.
5년차인 올해까지 500명이 교육을 수료했는데 모두 직매장 출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약정한 출하농가는 200농가 정도되는데 한달 한 번 이상 입점농가는 180농가, 상시 입점농가는 80농가 정도 된다.
그동안 옥천군은 교육을 이수한 농가를 대상으로 GAP잔류농약 허용기준이하 농산물, 제초제 사용불가, 해썹인증, 가공품, 무항생제, 유기축산 등과 같은 기준을 만들어 옥천푸드 인증에 나섰다. 농산물 130여종, 축산물 10여종, 가공품 120여종이 인증을 받았다. 옥천푸드 인증농가는 500농가이며, 인증면적은 50㏊이다.
이들이 장류 등 가공품을 포함해 상추·깻잎·치커리 등 쌈채류와 방울토마토·토마토·딸기 등 과채류, 쌀·보리 등 양곡류, 유정란, 두부·순두부 등 300품목을 매장에 낸다.
지난 5월 개장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은 개장 이후 판매량이 많은 제품은 토마토, 딸기, 포도, 복숭아 등이고 민물고기와 다슬기도 5위안에 드는 제품이다. 옥천군은 옥천사람이 8, 9만명 거주하는 대전시 동구에 5년후 쯤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의 원활한 수급 기반을 위해 옥천푸드 인증면적 300㏊ 확대위한 농가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매장 참여농가는 수수료 12%를 낸다.

농산물 가공활성화는 숙제
직매장에는 옥천산 농산물을 가공한 다양한 가공제품이 진열돼 있다. 옥천푸드거점가공센터에서 가공한 것으로 이곳은 해썹기준을 갖추고 있어 이용하는 농민은 별도로 식품가공제조 허가나 위생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농가는 편리하게 이용만 하면 된다. 반찬가공실, 습식류 가공실, 건식류 가공실, 두부가공실 총 5개의 가공실을 갖추고 있으며 채소 절단기, 과일 껍질 깎기, 버블 세척기, 조리 가열대, 진공포장기, 라벨부착기, 양념분쇄기, 건식분쇄기, 저온농축기, 추출기, 두부제조기 등의 기계가 설치돼 있어 웬만한 가공은 거의 다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기계운용 교육 등 최소 3개월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가공 수수료는 5%를 떼는데, 현재 가공회원은 37명. 직매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최소한 가공참여농가가 300명은 돼야 한다는 것이 옥천군의 주장인데 아직은 이에 한참 모자란다.
직매장을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옥천살림 주교종 상임이사는 "1년내내 먹는 기초농산물을 확보하고 부족한 것은 가공푸드로 가자는 계획이었는데 생각처럼 수월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가공품은 숙제라고 말했다.
김우현 농업기술센터 로컬푸드팀장도 "예를 들어 계절상품인 복숭아의 경우 마트는 1주일 정도 진열하지만 로컬푸드직매장에서는 3일 진열하고 3일 지나면 가공센터에서 즙으로 만들어 다시 직매장에 진열하는 시스템으로 가야하는데 아직은 가공분야가 약하다"며 "이 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생산에 대한 계획을 세워 농민교육을 하고 하고 이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인증해주고 인증품목이 확대되면 매장을 열면 된다. 김우현 팀장의 말이다 이렇게 쉬운 로컬푿그 사업을 보은군은 아직 발도 떼지 않고 있다.
공동취재 : 송진선·김경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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