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이것이 報恩의 마음입니까
18%, 이것이 報恩의 마음입니까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1.06.09 08:59
  • 호수 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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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현충일 추념식 취재를 위해 남산 충혼탑을 찾았다가, 예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것을 보고 놀랐다. 하지만 새롭게 참석한 주민들 대부분이 보은군 공무원이라는 것을 확인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행정과에서 공문을 돌려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다는 후문이다.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많은 사람들이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행사에 참여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만한 일인 듯하다.

이날 현충일 추념식에 예년보다 많은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참석을 했지만, 과연 1분이면 되는 조기(弔旗)를 게양하는 일은 얼마나 했을까 싶어 아파트 몇 곳을 찾았다.

강변리츠빌은 전체 83가구 중 조기를 단 가구가 26가구에 불과했으며, 그 중 5가구는 조기가 아닌 국경일처럼 달았다. 황실아파트는 36가구 중 4가구만이 조기를 걸었으며, 거성아파트는 105가구 중 10가구를 넘지 못했고 장미아파트도 42가구 중 8가구에 불과했다. 확인한 전체 266가구 중 48가구만이 조기를 달아 18%의 게양률을 보였다. 이들 4곳의 아파트는 보은에서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나 군 공무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이어 군내 공공기관도 찾아보았다. 대부분의 관청이 조기를 게양했지만, 문제는 있었다.
보은군청은 태극기를 조기로 걸었지만, 보은군기와 보은군 브랜드기는 조기로 걸지 않았다. 군청이 이렇다보니, 산하 기관인 보은읍과 시설관리사업소도 마찬가지였다. 보은읍사무소는  군기와 브랜드기를 조기로 걸지 않았으며, 시설관리사업소는 아예 태극기·군기·브랜드기가 모두 평소대로 걸려있었다.

보은국유림관리사무소와 보은군선거관리위원회는 태극기를 조기로 걸었지만, 산림청기와 선관위기를 조기로 걸지 않았다. 한전 보은지점 역시 마찬가지로 한전기와 새마을기가 평소대로 걸려있었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보은축협은 아예 태극기와 새마을기를 조기로 걸지 않았으며,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재향군인회 조차 태극기와 재향군인회기가 평상시 모습 그대로였다.

이런 반면 보은우체국·보은교육지원청·보은경찰서·보은국도관리사무소·보은119안전센터는 태극기는 물론 관청기까지 모두 조기로 게양해 위의 기관단체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국무총리 훈령인 '국기의 게양·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현충일 등 조의를 표하는 날에는 함께 게양하는 다른 기도 국기와 같이 조기로 게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혹자는 '깃발 하나가지고 그러느냐'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1분이면 내걸 수 있는 정성도 없이,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에도 현충일을 깜박하는 아주 작은 성의도 보이지 않으면서 호국보훈을 논한다면 언어도단이 아닐런지.

선거판이나 각종 행사에서 정치인들은 '보은은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고장'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지 말고 진정 보은을 아는 고장을 만들어가는 것에 자신들부터 앞장서기 바란다. 애국가 2~4절을 몰라 현충일 추념식장에서 금붕어처럼 입만 벙긋벙긋하지 말고.

우리고장의 지명이 갚을 보(報), 은혜 은(恩)이다. 내년 현충일 추념식은 인원을 동원해 형식적으로 치르는 참배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현충일의 참 뜻을 이해하고 순국한 호국영령들의 은혜를 기릴 수 있는 행사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야 18%만이 報恩의 마음이 아니었고, 報恩에 살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강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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