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서 종은 울리나
누구를 위해서 종은 울리나
  • 편집부
  • 승인 2019.07.04 09:46
  • 호수 49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황균
(청주충북환경연합 상임대표, 내북면 법주리)

지난 6월 19일, 무려 154,000v 초고압선이 우리 법주리를 지난다고 하는 이장님 말씀을 듣고 나는 너무나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북 도원리 저수지 위쪽 임도를 지나 한화 뒷산으로 들어온 초고압 선은 법주리에서 소를 키우는 목장 바로 옆을 거쳐 내가 사는 쇠절골을 가까이 지나간다고 한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지? 불현듯 밀양 송전탑 싸움이 생각났다. 그 땐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의 일이거니 했는데, 초고압송전탑이 내 문제로 현실화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굳이 초고압송전탑을 세우겠다는 그들 얘기를 다 믿을 수야 없겠지만, 300M도 채 안 되는 지점을 통과하는 초고압 선은 공포 그 자체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최적 송전선로가 지적도에 붉은 선으로 그어져 있고 송전탑의 위치도 번호로 매겨 표시를 다 해 놓고 이제서 무슨 얼어 죽을 설명회란 말인가. 이건 필시 다음 단계 공사를 진행하기 위한 형식절차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각 동네별로 지도를 따로 떼어서 내어준 저의도 보은 군민이 단합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술수임이 아닐까.
우리 동네는 설명회를 거부하기로 하였으나 동네 몇 분과 기왕에 설명회를 열기로 한 묘서1리를 찾아갔다. 저들의 의도를 보다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기에. 설명회 서두에, 밀양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주민 의견을 수렴한 후 공사를 추진한다는 말로 운을 뗀 한전 측의 설명은 묘서리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여태껏 얘기 한 번 없다가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 이건 완전 밀실 행정이다.'라는 항의와 함께 '설명회를 집어치우라'는 소리도 들렸다. '도대체 보은군은 뭘 하고 있는 거냐'는 거센 항의에 '보은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말을 둘러대는 그들에게 '그럼 '입지선정위원'은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한 거냐'며 묘서 주민들은 송곳같이 예리하게 반박하셨다. 요즘 촌에 산다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분노가 치밀어 계속 앉아 들을 수가 없어 중도에 일어섰다. 나중에 들으니 설명회는 중단되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왜 초고압송전선로를 새로 만드는 거지?'하는 의문과 '그럼 이제껏 보은과 삼승공단 전기는 어떻게 쓴 거야?'라는 근본적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한전 측 주장은 주로 이런 이야기다. 삼승공단이 점점 커지면서 앞으로 보다 많은 전기가 필요하고, 현재 상주와 대전에서 들어오는 송전선로가 노후되어 블랙아웃 즉,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비하기 어려워 예비선로를 하나 더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거기에 덧붙여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초고압송전선로를 꼭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좁아터진 땅덩어리에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하여 예비선로까지 깔아 놓아야 한다면 온 국토가 초고압선 철탑으로 못자리판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이게 말인지 막걸리인지 알 수 없어 99쪽 짜리 8차전력수급계획서를 읽어 보았다. 거기에는 각 지역별로 신재생에너지를 필요한 만큼 생산하면 송전탑 건설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와 있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의 머릿속은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문다. '아니 그럼 얼마 전 한전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이 보은산업단지에 100MW급 수소연료발전소를 2020년까지 건립하기로 했다는 보도나 보은 산단 신재생사업SPC와 40MW급 연료전지발전소를 삼승면 우진리에 짓기로 투지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은 뭐지?' '합계 140MW나 되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짓게 되면 보은에 전기가 모자랄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웬 초고압송전선로를 새로 짓겠다는 거야?' 한전 측의 핑계는 끝이 없다. 초고압송전선로 설치 계획은 140MW급 수소발전소 건설 계획 이전에 세워진 것이어서 몰랐다던가. 완전 아몰랑 이다. 그럼 이제라도 알았으면 그만둬야 하지 않나?
지난 5월 말 강원도 강릉에서 수소탱크가 갑자기 폭발하여 견학을 하던 연구소 분들을 포함 두 분이 죽고 여섯 명이 다쳤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있었다. 이 폭발 사고는 태양광 등을 활용해 생산된 수소를 저장탱크에 모은 뒤 수소연료전지를 가동해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방식으로 지난 해 11월 착공해 올 4월 설치가 완료돼 1,000시간 시험 가동 중 400 시간 만에 사고가 일어 난 것이라 한다. 이 여파로 인천시 동구에서는 주민들이 나서서 강력히 항의한 끝에 40MW급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설이 중단되고 있단다. 휴! 보은은 100MW급이다.
그래서 나 나름의 합리적 추측을 해본다. 이 추론에 이의가 있다면 누구든 토론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 보은 삼승에 건설 예정인 140MW 용량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완공되면 그 많은 전기를 어디로 보낼까. 한전 측은 상주와 대전에서 오는 고압선로는 이제 끊는다고 하는데, 앞으로 생산될 140MW 전기를 보은에서 쓴다면 양도 충분하고 송전선은 필요가 없겠다. 실은 그렇지 않으니 전기를 보낼 고압선이 필요한 거라고 본다. 전기는 양동이로 퍼 나르거나 화물차에 싣고 다니면서 파는 물건이 아니다. 따라서 초정에서 삼승까지 오는 새 초고압선로는 우리가 사는 보은 주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추론에 이른다. 결국 힘없는 우리 보은 사람들은 안전성이나 환경성이 검증되지 않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수소발전소를 끌어안고 살면서, 설상가상 아름다운 삶의 터전인 백두대간 아래 한남금북정맥에 철탑을 박은 채 신음하며 살아가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