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점멸신호등이 남긴 교훈
교차로 점멸신호등이 남긴 교훈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1.05.19 08:54
  • 호수 9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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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됐던 교차로 점멸신호체계가 오는 6월부터 사고가 많았던 후평·교사·신이평교 교차로의 신호가 정주기 신호체계로 환원되면서 시행 11개월 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한참 뒤늦은 조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는 보은경찰이 시행했던 교차로 점멸신호등 운영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졸속 시행으로 인한 피해는 엄청났다.  3명이 사망하고 약 10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으며, 부상자 중 일부는 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경찰에 사고접수는 되지 않았지만, 교차로 내 출동사고로 차량이 부서지는 소위 '물피사고'는 부지기수다. 항간에는 점멸등 시행으로 군내 자동차공업사와 카센터들이 많은 재미를 보았다는 말이 떠돌 정도다.

보은경찰은 점멸신호 시행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도 열지 않았고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시행 후에도 많은 예산을 투입해 보완작업을 벌임으로써 스스로 준비부족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한여름 뜨거운 햇볕과 폭우 속에서 의경들을 문제의 사거리에 감시병처럼 세워 놓아 고생하게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 공공기관은 시행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충분히 설명하고 철저한 준비를 하고 널리 홍보를 한 후, 사업을 시행하기를 바란다.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되는 사업의 시행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 점멸등 운영에서 배워야 한다.

지역언론의 점멸등 운영과 관련된 태도도 지적받아야 한다.
그동안 이렇게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는데, 지역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주민들이 군청홈페이지에 문제를 제기했었고 보은군의회에서도 지적이 있었지만, 주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담은 기사는 지방지와 지역신문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제점을 알고도 방관했던 기자들, 특히 점멸등 시행을 옹호하기까지 했던 기자들은 자기반성의 시간을 권하고 싶다.

주민들도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인식을 하면서도 '내가 직접 당한 일이 아니고 설마 내가 사고를 당할까'하는 마음에 강 건너 불 보듯이 구경만 하는 주민들. 군청홈페이지와 본사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정도가 전부였고, 항의시위는 고사하고 위험을 경고하는 현수막을 한 장 내거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공공의 안전과 직결되는 행정이 집행될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피해자가 내가 될지, 내 가족이 될지, 내 친척이 될지를 의식하기 전에 '내가 사는 지역은 내가 만들어간다'는 의식이 21세기 지방자치시대를 사는 주민의 책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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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2011-05-19 21:04:13
늦게나마 보은경찰서의 신호등 체계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박상범기자님의 노고에 감사인사드립니다
잘못되고 허처구니없는 행정인데도 불구하고 권력기관이라는점 때문에 적극적인 표명을 하지못한 군민들의 대신하여 사과말씀드립니다
제발 보은군 공직자분들 이사건을 반면교사로 삼고 보은에 사는 우리들이라도 행복하게 살게 행정좀 똑바로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