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사랑 학교 봄 소풍 다녀왔어요
흙사랑 학교 봄 소풍 다녀왔어요
  • 편집부
  • 승인 2011.05.12 09:28
  • 호수 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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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선(수한면 질신리)

봄소풍 날을 잡아놓고 하루밤만 자면 소풍을 가는 생각을 하면서 부지런히 고추를 심는데 남편이 "소풍을 간다며 고추 그만 심고 쉬었다가 소풍을 가야지" 하는 것이다.

정말 소풍 갈 생각을 하니 새벽에 잠이 오지 안왔다. 새벽 5시에 고추 네 골을 심고 정신없이 학교를 가려고 하는데 남편이 학교에 데려다 준다고 하고 우리집 학생이 봄소풍을 가는데 "과자 사먹게 돈을 주어야지" 하면서 "만원을 줄까, 이만원을 줄까"하더니 2만원을 줬다.

나는 진짜 초등학생 마냥 좋아서 신나게 뛰면서 차를 탔다.
남편이 "오늘 일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놀다 오라"고 했다. 오늘은 남편이 아니라 학부모가 된 것 같았고 나는 진짜 어린이가 된 것처럼 좋았다.

옛날에 우리 아들, 딸 도시락 싸서 소풍 보낸 생각이 났다. 큰 아들은 천원을 주고 둘째는 5백원을 줬다.

그 돈으로 큰 아들은 할아버지 담배 청자 한 곽을 사오고 둘째 아들은 할머니 요구르트 한 개를 사다주었다. 두 형제가 아무것도 못 사먹고 온 생각이 났다. 얼마나 기다리던 소풍인데 집에서 싸준 도시락만 먹고 온 것이다.

늙었어도 소풍을 간다고 해서 들뜬 마음으로 가는데  정말로 마음이 아팠다.
이 산, 저 산 벚꽃, 철쭉꽃이 핀 꽃동산을 보면서 가는 게 "와이리 좋노." 정말 좋았다.

아들 딸들이 내사랑이고 나에게 행복을 주는 줄만 알았는데 흙사랑 학교 선생님들이 웃음과 즐거움과 행복을 줘 내 허전한 빈자리를 채워 주었다. 정말로 좋았다.

한글 모르는 어머님들 흙사랑 학교에 오시면 어릴 때 못다니던 봄소풍도 가고 아들딸들이 다 채워주지 못하는 사랑과 행복도 채워줍니다. 이 즐거움을 나 혼자가 안고가기가 아까워서 여러분들하고 같이 이 행복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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