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신호등
빨간 신호등
  • 편집부
  • 승인 2011.05.05 16:16
  • 호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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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호(대성초교교장/산외면대원리)

차를 운전하다가 '빨간 신호등'을 만나면 사람마다 각기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제기랄 왜 내가 지나갈 차례에 빨간 신호등이야'라며 투덜거리기다가 정지선에 멈춰 서기도 한다. 때로는 '차도 별로 없는데 건너면 되지 기다리긴 뭘 기다려' 라며 그냥 지나가 버리기도 한다. 그 순간 교통사고가 도사리고 있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지만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난 다음에 파란 신호등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 잠시 쉬기도 하며, 여유롭게 운전을 즐긴다면 운전을 하는 일이 즐거워질 수 있다.

우리네 삶에도 '빨간 신호등'은 항상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어두운 밤이 지나야 환한 대낮이 오는 것처럼 말이다. 추운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이치도 마찬가지 이다. 왜 추운 겨울이 오느냐고 불평을 한다면, 추운 겨울이 없이 일 년 내내 여름인 나라로 가서 살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곳에도 오래지 않아 '왜 더운 여름만 있는 거야'하는 불평이 나올 것이다. 우리네 삶은 항상 춘하추동과 같은 사계절의 조화로움이 있어 더욱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산고의 어려움 뒤에 새 생명이 태어나는 이치, 긴 터널을 빠져나와야 환한 세상이 나오고, 힘겹게 산을 오르고 나면 조금은 쉽게 내려갈 수 있는 내리막  길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모진 비바람도 버텨내야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죽을 것만 같은 어렵고 힘든 연습 뒤에 박태환, 김연아, 박지성과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금메달은 빨간 신호등처럼 어려움을  견딘 다음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겉에 보이는 것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평가하고 싶어 한다. 내면의 아름다움 보다는 외모를, 다음에 올 행복이나 즐거움 보다는 당장의 달콤함이나 편리함 또는, 작은 이익에 연연하기도 한다. 물론 '지금 여기서'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할 때도 있다. 다음이 불확실하니까 우선 당장의 이익이 우선시 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빨간 신호등' 앞에 서서 '파란 신호등'으로 바뀌길 기다리는 여유로운 마음, 그리고 '파란 신호등'으로 바뀌었을 때 멋진 출발을 하는 것이 '아름다운 인생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바둑을 둘 때, 하수는 한 수를 보지만 고수는 몇 수 앞을 내다본다. 인생도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빨간 신호등'이 꺼지면 '파란 신호등'이 켜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역으로 이야기 하면 파란 신호등이 꺼지면 빨간 신호등이 켜진다.

우주 만물이나 인생에는 음과 양이 있어 조화를 이루고 있고, 사람의 마음속에는 항상 선과 악이 있어 사람을 유혹한다. 선을 따르자니 악이 가로막고 괴롭힌다. 아름답게 그리고 사람답게 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것은 이런 선과 악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행동 뒤에 숨겨진 파란 신호등 혹은 빨간 신호등을 읽을 수 있는 심미안이 있었으면 한다.

'빨간 신호등' 은 당장 지금은 빨간 신호등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파란 신호등으로 바뀐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어렵고 힘든 이웃이 지금은 빨간 신호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집은 항상 빨간 신호등일까? 지금 공부가 부족한 학생은 항상 빨간 신호등을 달고 사는 것일까? 그 학생에게도 파란 신호등이 숨어 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나는 항상 빨간 신호등이라고 스스로 자학을 해서도 안 된다. 나에게도 파란 신호등이 켜지는 날이 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파란 신호등은 있게 마련이다. 하루에도 밤과 낮이 있듯이 인생에도 빨간 신호등과 파란 신호등이 교차한다. 밤에 자고 낮에 활동하듯,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서서 파란 신호등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넉넉함을 가졌으면 좋겠다.

스스로 빨간 신호등 앞에 서서 절망을 느끼며 인생을 포기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면 행복 한 삶이 될 것이다. 파란 신호등이 발간 신호등이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빨간 신호등에서는 조용히 쉬면서 다음에 올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자. 인생도 파란 신호등처럼 아름답게 바뀔 것이다. 파란 신호등에서도 마음 놓고 달리지 말자. 언젠가 빨간 신호등으로 바뀌면 멈출 준비를 하면서 파란 신호등을 달리자. 빨간 신호등을 희망이라 생각하자. 그리고 모든 일에 여유로움을 가지고 인생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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