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 편집부
  • 승인 2011.04.07 09:21
  • 호수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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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호(청주대성초교장/산외면대원리)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 중에서 순수한 우리말이면서 한 글자로 된 말이 많다. 그런데 그 한 글자로 된 말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해 무척 중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것 들이다.

예를 들면 '물, 해, 달, 별, 흙, 돈, 쌀, 돌, 숨, 삶, 비, 눈, 콩, 팥, 밥, 국, 장, 뫼, 들, 길, 꽃, 풀, 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또, 우리의 몸에 있는 여러 기관 중 한 글자로 된 순 우리말인 '눈, 귀 코, 입, 목, 손, 발 등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가장 중요한 말은 외자로 만드는 슬기로움을 가졌나 보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뜻을 잘 전달하기 위함이리라 생각한다.

유치원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중에 '눈은 둘이요, 귀도 둘이요, 코는 하나요, 입도 하나요(?)'하는 노래가 기억난다. 그런데 눈과 귀는 둘이고 코도 구멍이 둘이다. 결국 입만 하나인 셈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눈과 귀, 코와 입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입으로 먹은 것이 코를 통해서 나오기도 하고, 고추냉이(와사비)를 먹으면 눈과 코가 시큼하고 눈물이 난다.

코를 세게 풀거나 가래를 세게 뱉으면 귀까지 멍해질 때가 있다. 눈, 귀, 코, 입은 나뉘어 있고 하는 일은 달라도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너무 길고 장황하게 이야기 하였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얼굴에 붙은 눈, 귀 코, 입 중 눈과 귀와 코는 느낌이나 상황을 받아들이며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눈과 귀와 코가 보고, 듣고, 냄새 맡은 것을 입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도 하고, 지옥 같은 아비귀환의 세상이 되기도 한다.

여러 기관을 통해서 얻은 많은 정보를 입이라고 하는 하나의 기관으로 표현하기 위해 알맞은 말을 고르려다 보니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말을 할 때는 많은 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여러 정보를 다양한 루트를 통해 얻은 정보를 '대변인'이란 사람의 입을 통해 이야기 한다. 그런데 그 대변인의 말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보다는 세상을 온통 시끄럽게만 한다.

대변인이 없으면 시끄럽지 않을텐데(?)하는 생각도 해본다.
교묘한 말로, 알송달송하게,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말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말, 때로는 시정잡배도 입에 올리기 힘든 그 무지막지하고 험악한 말로,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어떤 여과장치도 없이 국민들에게 쏟아 붇는다. 마치 덜 볶은 콩을 먹고 설사를 하듯이 말이다.  '입이 있다고 그 열린 입으로 하는 말이 다 말이니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는 옛 시가 생각난다.

나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않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적인 배움에서는 남들에게 많이 뒤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정교육에 있어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자부한다. '남의 흉이 하나면 네 흉은 열'이라며 남의 흉을 못 보게 하는 부모님, 우리를 키우시며 그 흔하고 흔해 툭하면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 ××, 이 ×'하는 욕이 아닌 욕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게 나의 형제자매를 키워주신 아버지 어머니를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믿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서슴없이 '아버지 어머니를 믿는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발 없는 말 천리 간다', '세치 혀 속에 칼 들어 있다', '말이 씨가 된다', '칼로 입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커진다' 등 내게 입과 말의 무서움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15년 전에 돌아가셨고, 여든 여섯이신 어머니가 우리의 도움 없이 혼자 슬기롭게 살아가는 모습에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닮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의 롤 모델이고 내 인생의 맨토이다.
눈과 귀는 좋은 말을 하도록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 준다. 바르고 정확하게 보고, 아름다운 소리 고운 소리를 들어 '아름답고 바르고 고운 말'을 하게 해 준다. 아름다운 말이 넘쳐나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다.

벚꽃이 아무리 아름답고, 진달래가 아무리 아름다운들 '아름다운 말, 남을 사랑하는 말, 우리 사회를 발고 환하게 만드는 말'보다는 못할 것이다. 두 눈과 두 귀로 보고 들은 것을 현명하고 슬기롭게 판단하여 아름다운 말로 표현하여야 함에도, 보고 들은 것을 머릿속에서 자기 마음대로, 때로는 윗선의 입맛에만 맞게, 개념도 없이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함부로 쏟아 내는 오늘날의 우리말 문화는 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탓하기보다 나부터 지금부터 바꾸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입이다. 숨을 쉬는 입이다. 좋은 사람과 입맞춤하는 입이다. 아름다운노래를 부르고 사랑을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입이다.

우리 가족의 행복과 우리 사회, 우리나라를 아름답게 하는 것도 내입에 달려 있다. 이렇게 소중하고 대단한 우리의 입에서 ×보다도 더 더러운 말을 쏟아내는 일부 ○○인들이 정말 밉다.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고 배우라고 할 것인가?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들은 대로 다이야기 하지 말고, 많이 듣되 할 말만 조금 이야기하라는 뜻이란다. 그런데 들으려고 하기보다는 말을 많이 하려한다. 입이 하는 일이 말만 하는 것이 아님도 명심해야 한다.

한 번 내입에서 나온 말은 쓸어 담을 수 없다. 내가 한 말은 내가 책임지는 것도 입을 가진 사람의 책무성이다. 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 아름답고 고운 말을 쓰는 세상을 나부터 지금부터 만들어 가자.

같은 물을 먹고도 뱀은 독을 만들지만 소는 우유를 만든다. 뱀이 될 것인가, 소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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