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 사라지는 것들의 소중함
작은 것, 사라지는 것들의 소중함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1.02.24 09:23
  • 호수 8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28일자로 보은군에서는 처음으로 중학교가 폐교된다. 1970년대 초 보은군 인구가 12만명으로 정점을 이루었을 때, 설립되었던 중학교들이 이후 군세가 위축되고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재학생수가 점차 줄다가, 급기야 학교 자체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지난 17일에는 속리중학교, 다음날인 18일에는 내북중학교가 학부모들과 동문선배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지막 졸업식을 치렀다. 모교가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덜한 졸업생들은 즐거운 표정이었지만, 동문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백영한(7회 동문) 속리중운영위원장과 이재열(1회 동문) 군의장은 축사를 하면서 목이 메었고, 보은군 출신인 내북중 김은제 교장은 기념사를 하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졸업식장 뒷자리에 앉아 있던 동문선배들과 학부모들은 숨죽여 흐느끼는 모습도 보였다. 모두들 모교가 없어지는 아쉬움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써 폐교를 막지 못한 자책감이 들어서였으리라.

이렇게 마음 아팠던 역사의 현장에 군내 주요기관장인 군수, 군의장, 교육장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군의장은 모교인 내북중 졸업식에는 참석했으나, 속리중 졸업식에는 지역구 의원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김응철 의원이 참석했다. 교육장은 병가를 내고 며칠째 출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군수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다른 중학교 졸업식에 내빈으로 참석하고 있었다. 보은군 역사상 처음 폐교되는 중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에 기관장들이 참석해 동문, 학부모, 학생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 주지 못한 것을 지켜보면서 아쉬움이 남았다.

더욱이 정상혁 군수는 2009년 기숙형 중학교 설립으로 인해 중학교 통폐합 논의가 한창이었을 때, 회인중학교 운영위원장으로 잠시 참여한 바 있어 폐교로 인한 지역민들의 대립과 아픔을 직접 지켜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동문들과 학부모의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슬프고 아픈 역사이지만, 중학교 폐교라는 보은군의 역사의 현장에 지역의 수장들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서운한 마음이다. 큰 단체의 행사,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쫓는 정치인들의 세태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보은중과 보덕중의 졸업식은 차후에도 갈 수 있지만, 우리 학교 졸업식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러고도 군세가 약한 보은군에 많은 배려를 해달라고 중앙정부나 도청, 도교육청에 건의를 할 수 있나?"

지난 연말과 연초에 군내에서는 많은 사회단체의 정기총회와 회장 이·취임식이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기관장들을 포함해 주요 기관장들이 거의 빠짐없이 참석을 했었다. 자신의 참석이 행사에 걸맞지도 않고, 축사 한마디 못하면서도 참석을 했던 이들 기관장들이, 이번 졸업식장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작은 것, 소외된 것,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