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순시인의 당선 작품
김철순시인의 당선 작품
  • 편집부
  • 승인 2011.01.13 09:40
  • 호수 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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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시는 한국일보가 공모한 신춘문예에 김철순 시인이 응모해 당선된 작품입니다

냄비

쉿!
조용히 해
저,
두 귀 달린 냄비가
다 듣고 있어

우리 이야기를 잡아다가
냄비 속에 집어넣고
펄펄펄
끓일지도 몰라

그럼,
끓인 말이 어떻게
저 창문을 넘어
친구에게 갈 수 있겠어?
저 산을 넘어
꽃을 데려 올 수 있겠어?

 

사과의 길

엄마가 사과를 깎아요
동그란 동그란
길이 생겨요
나는 얼른 그 길로 들어가요
동그란 동그란 길을 가다보니
연분홍 사과꽃이 피었어요
아주 예쁜 꽃이에요
조금 더 길을 가다보니
꽃이 지고 열매가 맺혔어요
아주 작은 아기 사과예요
해님이 내려와서
아기를 안아 주었어요
가는 비는 살금살금 내려와
아기에게 젖을 물려주었어요
그런데 큰일 났어요
조금 더 가다보니
큰바람이 마구마구 사과를 흔들어요
아기 사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어요
아기사과는 있는 힘을 다해
사과나무에 매달려 있었어요
조금 더 동그란 길을 가다보니
큰바람도 지나고 아기사과도 많이 자랐어요
이제 볼이 붉은 잘 익은 사과가 되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길이
툭,
끊어졌어요
나는 깜짝 놀라 얼른 길에서 뛰어 내렸죠

엄마가 깎아놓은 사과는
아주 달고 맛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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