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 판치는 지역사회, 과연 건강할까?
도박이 판치는 지역사회, 과연 건강할까?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0.12.30 10:35
  • 호수 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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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끝나는 11월부터 만물이 움츠려 들고 동면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이 때부터 본격적 시작되는 것이 있다. 바로 노름, 도박이다.

일년 내내 암암리에 때로는 공개적으로 이루어져 오던 도박이 농한기가 되고 돈이 돌기 시작하면서 활발해지는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다. 건설회사 및 중장비 사무실, 한적한 시골농가, 부동산 사무실, 식당 등에서 수시로 판이 벌어지고 있으며, 장례식장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치외법권 지대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박에 참여하는 이들의 직업 또한 다양하다. 농민은 물론 사업가, 중장비운전기사, 가정주부, 공무원 심지어 군의원까지 가세해 그 자질을 의심케 하고 있다. 가정을 지켜야 하는 주부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밤을 새워 도박을 하고,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도박빚 때문에 가정불화를 겪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가을부터 적발되기 시작한 도박범죄가 현재까지 모두 6건에 23명이 이르고 있다. 불과 한달 보름정도에 단속된 수치가 이정도면 실제 벌어지는 도박판을 가히 짐작되고도 남을 만 하다.

분명 지역사회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이 작은 지역에 이렇게 도박이 만연하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사회가 건강하지 못하고 병들어 있다는 반증이다. 도박은 열심히 일하는 합리적인 사고보다는 운을 믿고 운에 의지하게 만들며, 특히 자기발전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본인은 물론 가정의 생활을 파멸로 유도하고 나아가 지역공동체에도 부담을 떠안긴다. 낙후된 보은이 지역발전이라는 대명제하에 다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는 부담 정도가 아닌 지역을 수렁으로 이끄는 길이다.

과거 타 시군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잘살았던 보은이 전국에서도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은 잘못된 문화와 정서를 고치기는커녕, 이에 대한 비판에 눈감고 귀 닫은 결과이다.

보은군과 군민앞에 닥친 절박한 현실 앞에서 현 세대가 무엇을 이루어야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놓아야 하는 지 생각해야 할 때이다. 우리를 위해서, 나아가 다음 세대들을 위해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지역문화가 자리 잡아야 하며, 잘못에 대한 책임을 엄히 묻고 반성의 기회를 줌으로써 건강한 지역사회를 회복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경찰도 이제 더 이상 단속을 주저해서는 안된다. 계도 및 단속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에 만연한 도박을 모른다면 정보력의 부재일 것이고, 알고도 단속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

'보은은 보수적인 지역이 아니라, 수구적인 지역이다'라는 지적을 되뇌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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