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S보은군지회·(주)한화봉사단 연탄배달 현장
BBS보은군지회·(주)한화봉사단 연탄배달 현장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0.12.02 09:14
  • 호수 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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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연탄 속에 담긴 따뜻한 사랑의 불꽃

12월이 되면서 한 발짝 다가온 겨울추위.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먼저 먹을 것과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준비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연탄을 장만해야 하는 가정들이 많이 있다. 지난 11월 30일 BBS보은군지회와 (주)한화봉사단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학업에 충실하고 있는 모범학생들의 가정에 연탄배달을 했다. 청소년들을 위해 검은 연탄 속에 따뜻한 사랑을 담아 전하는 연탄 배달현장을 찾았다.

 

#500원으로 아랫목은 따뜻해지고
눈을 뜨고 창밖부터 내다보았다. 전날 엄청 추웠던 것을 떠올리며 오늘은 추위가 누그러지기를 빌면서. 비는 왔지만, 다행히 기온은 많이 올라 춥지는 않았다.

아침 9시 집합장소인 보은문화예술회관 광장에 도착했다. 연탄배달 봉사에 참여할 한국BBS 보은군지회(회장 김동혁) 회원 10여명이 군청색 봉사조끼를 입고, (주)한화 보은사업소(소장 이태종) 봉사단원 6명은 주황색 조끼를 입고 오늘 할 일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오늘 연탄배달 할 곳은 5곳으로 보은읍 1곳, 장안면 1곳, 회인면 3곳으로 결정됐다.
BBS보은군지회 현기홍 사무국장은 "이번에 연료를 지원할 모범학생 가정은 모두 12곳으로 6곳은 연탄으로 나머지 6곳은 난방유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오늘 연탄배달을 할 곳은 5곳으로 1가정에 1천장씩 모두 5천장을 배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양 단체 회원 20여명은 논의를 마치고 보은읍 죽전리 소재 ㄷ연탄 보급소로 향했다. 이곳에서 연탄 2천장을 트럭 2대에 나누어 실고 1대는 인근 보은읍 죽전리로 향하고 1대는 회인면 송평리로 출발했다. 나머지 2천장을 문경시 연탄회사에서 직접 회인면으로 공수해주기로 했고, 나머지 1천장은 점심식사 후 오후에 장안면 장재리로 가기로 했다.

트럭에 연탄을 실으면서 누군가 한마디 던진다.  "연탄 1장에 500원이라며, 싼겨 비싼겨?"
그동안 잊고 살았던 연탄가격이다. 기름값은 1리터에 얼마이고 어느 주유소가 얼마나 싼지까지를 알고 살았지만.

"아~, 연탄 한 장 값이 500원이었구나!"
싼지, 비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500원으로 방안 아랫목이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연탄 한 장의 소중함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얼굴은 검어지고 팔은 아파오고
연탄을 트럭에 다 실고 9시 40분경 인근 보은읍 죽전리로 향했다. 연탄을 쌓은 곳이 마땅치 않아 인근 공터에 쌓기로 했다. 울퉁불퉁한 공터를 평평하게 고른 후 8명이 두 줄로 늘어서 연탄을 쌓기 시작한다.

인기척을 느끼셨는지, 옆에 있는 경로당에서 어르신 두 분이 나오셔서 연탄 쌓는 모습을 구경(?)하신다.
"그려, 잘 쌓는구먼, 옛날에는 기름이 귀해서 모두 연탄을 때고 살았지. 집안에 연탄 1천장을 들여놓으면, 월동준비는 다 한 것 같았지"하고 옛날이야기를 하신다. 또 한 어르신은 "잘했어, 그 집은 좀 도와주어야 돼. 먹고살기가 빠듯한 집이여, 좋은 일하는 구만"하고 칭찬을 하신다.

칭찬을 듣고 힘을 내서인지, 공터에 트럭을 바짝 대고 연탄을 쌓아서인지 30여분만에 1천장을 모두 내렸다. 물 한모금씩 마시고 3천장을 배달해야 하는 회인면으로 향했다.

10시30분경 회인면 송평리에 도착하니, 9시30분에 1천장을 실고 출발한 한화봉사단원과 BBS회원들도 연탄을 모두 내리고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합류하여 회인면 죽암리로 향했다. 연탄배달 할 가정은 죽암리에서도 꼭대기에 있는 집이었다. 다행히 문경시 연탄회사에서 왔다는 4.5톤 트럭은 집 근처까지 올라갔다. 30분전에 연탄 1천장이 결코 적은 양이 아님을 몸을 느껴본 후라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자와 함께 산다는 할머니께서 홀로 우리를 맞는다. 연신 고맙다는 인사말씀이 계속된다.

10시40분. 양 단체 회원 17명이 트럭과 연탄창고 사이를 1m 간격으로 늘어서 연탄을 내리기 시작했다. 트럭에서부터 두 장씩 내려져 17번의 손을 거치면 연탄창고에 고이 쌓여진다.

아까와는 달리 시간이 제법 걸리고 내가 빠지면 연탄 전달이 되지 않게 되는 관계로 잠깐 쉴 틈이 없다. 절반정도를 내리고 5분간 휴식을 한 후 다시 연탄을 내렸다. 한번에 연탄 2장씩이니까, 모두 500번을 앞뒤로 연탄을 전달하고서 마무리가 됐다. 1시간이 넘게 걸렸고, 제법 땀도 났다.

연탄을 모두 내리고 현기홍 사무국장이 할머니에게 묻는다.
"할머니 하루에 몇 장이나 때세요?"
"화덕이 2곳이니까, 4장씩 8장이 들어가네!"라고 답하신다.

17명이 1시간 가량의 연탄배달로 조손가정인 할머니댁은 125일 동안은 난방걱정을 덜게 된 것이다. 오늘부터 내년 3월말까지 따뜻하게 지내실 것을 생각하면서 뿌듯함을 느껴본다.

 

#강아지만 홀로 추위를 피하고 있고
12시 10분경 회인면의 마지막 집인 용촌리에 도착했다. 이 집은 한부모 가정이란다. 학생들은 학교에 갔고, 아버지는 일을 나가 집에는 아무도 없고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만 꼬리를 흔들고 반긴다.

밭 한가운데 조립식 주택으로 지어진 집이라, 몇 일전 내린 눈으로 집 주변이 엄청 질어 연탄 나르기가 녹록치 않았다. 보일러실 처마 밑 땅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연탄을 쌓기 시작했다. 땅은 질었지만, 트럭과 연탄 쌓는 곳이 멀지 않아 그나마 나았다.

바쁜 일이 있는 회원 4명이 돌아가 13명의 봉사자들이 번갈아 쉬면서 연탄을 내렸다.
3백여장을 내렸을 때, 1톤 트럭 한대가 다가온다. 회인면 용촌1리 김금성 이장님이 박카스를 사가지고 왔다. "이렇게 먼 곳까지 연탄을 실고 와서 도움을 주어서 정말 고맙다"며 집주인을 대신해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인사를 전한다.

오후 1시가 다 되자,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땀을 훔치느라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검은 칠이 묻고 팔은 아파기 시작한다. 이런 생각이 들 때, 한화봉사단 최준호 주임이 "조금만 힘내세요, 다 쌓아갑니다.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맛있게 점심식사 하시죠"하고 외친다.

갑자기 손길이 분주해지더니, 20분만에 남은 500여장을 모두 내렸다. 비가 들이 치지 않게 연탄 1천장을 비닐로 덮고 주변정리까지 한 후 보은읍을 향해 출발했다. 1시간 전에 그랬듯이 떠나는 우리들에게 강아지 혼자서만 배웅을 했다.

 

#연탄처럼 희생할 줄 아는 성인으로 자라길
1시40분경. 보은읍 ㅁ식당으로 모두 모인 봉사자들은 알탕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4시간 가량 열심히 연탄을 나른 탓인지 모두들 맛있게 점심을 들었다. 일부 봉사자들은 얼굴과 목에 연탄 칠이 묻어 있는 지도 모른채.

점심식사를 마친 한화봉사단은 근무를 위해 보은사업소로 향하고, BBS회원들도 생업을 위해 자신의 일터로 향하고 김동혁 회장을 비롯한 회원 4명과 함께 장안면 장재리로 향했다. 다행인지(?) 이 집의 연탄배달은 ㄷ연탄 보급소에서 거의 마친 상태로 주변 정리만 20여분 하고 오늘 하루 봉사활동을 정리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연탄 한 장'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제 몸에 불을 붙여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고 한 덩어리 재로 쓸쓸하게 남아, 빙판길위에 산산이 깨어져 미끄러짐을 막는...'

두 단체 회원들의 노고로 연탄을 지원받은 학생들이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훌륭한 성인으로 자라나길 기원해본다. 자신을 태워 희생하는 연탄처럼.

4시간 가량 연탄배달을 함께 한 한화 보은사업소 봉사단원들과, BBS보은군지회 회원들과 뜻 깊은 일을 함께 한 것에 감사하며, 지역사회를 위한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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