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구려 유적지 답사기(1)
중국 고구려 유적지 답사기(1)
  • 편집부
  • 승인 2010.11.25 09:31
  • 호수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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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선(14기 평통자문위원)

중국의 동북 3성은 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이다. 모두 고구려의 옛 땅이다. 지난 11월 3일부터 7일까지, 민주평통자문회의 보은군협의회 자문위원들과 함께 나는 요녕성의 대련에서 시작하여 길림성의 백두산 천지까지 왕복 2천700km의 대장정을 마쳤다.

터덜거리는 버스에 나의 몸을 맡겼지만 엉덩이에 힘을 팍 주고 앉았고, 마음속으론 고구려의 옛 땅을 꾹꾹 힘주어 밟으며 옛 주인이 돌아온 양 힘차게 돌아다녔다. 그러나 수시로 솟구치는 회한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가슴 저변에는 잃어버린 우리의 옛 영토에 대한 애석함과 원통함이 돌처럼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평소 버스 멀미가 심한 나는 눈 뜨면 버스에 올라 하루 8시간씩 끝도 없이 달려야 하는 일정이 부담도 되고 한편 겁도 났지만, 고구려의 광개토왕, 장수왕, 발해의 대조영이 드넓고 광활한 대륙으로 거침없이 내달리던 기개와 용맹을 떠올리며 오늘날 중국정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눈부신 번창을 거듭하고 있는 동북 3성을 생각하니 아쉽고 애석한 마음 때문인지 멀미는 내 주위를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일체 유심조라 했던가.

잃어버린 고구려 옛 땅을 바라보며 느끼는 애석함보다 더욱 가슴 아픈 일은 손을 쭉 뻗으면 서로 맞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바로 지척에서 오가는 신의주 주민들을 그냥 무력하게 멀뚱멀뚱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한눈에 봐도 꾀죄죄해 보이는 그들은 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였다. 그러나 11월의 백두산 천지가 아픈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고, 백두산 천지는 평화통일에 대한 희망과 용기 그리고 굳건한 의지를 내 가슴 속에 굵고 선명하게 새겨주었다.

잠 못 이룬 단동의 밤
대련 공항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내쳐 달려 어둑어둑해질 무렵 단동에 도착했다. 인구 3백만(조선족 5만8천)의 단동의 저녁은 오색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며 꽤 눈부신 도시의 자태를 드러냈다. 단동은 압록강을 사이로 바로 코앞에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었다. 눈앞에는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6.25때 미국에 의해 폭파된 압록강 단교가 아직도 전쟁의 상처를 호소하며 신의주를 향해 내달리다가 갑자기 강 중간에서 뚝 잘려 오도 가도 못하고 서글프게 서 있었다.

유람선이라고 하기에는 볼품없는 낡고 칙칙한 배를 타고 압록강을 30여 분간 돌았는데 북한배도 오가고 중국배도 오가고 서로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다니고 있었다. 가이드 말에 북한과 중국은 압록강을 두고 니꺼니 내꺼니 티격태격하지 않는단다.

우리가 탄 유람선은 신의주로 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의주 쪽으로 가까이 갈 때도 있었는데 꾀죄죄하고 구질구질해 보이는 옷을 입은 신의주 주민들이 힐끔힐끔 우리가 탄 배를 쳐다보며 그들의 일상을 아무 희망 없이 지루하게 보내고 있는 듯했다.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자 화답해 주는 사람도 몇 명 있었다. 나는 하염없이 계속 손을 흔들어댔다. 그리고 가슴으로는 꺽꺽 울었다.

압록강 건너편엔 북한이 보여주기 위해 지었다는, 아무도 살지 않는 불 꺼진 건물들 일명 가짜집들이 우두커니 볼품없이 서 있었다. 2층짜리 집들도 꽤 있었고 좀 큰 건물도 있었으나 사람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을씨년스러운 건물이었다. 차라리 짓지나 말든가 아니면 큰 고층건물이라도 지어 불을 번쩍번쩍 켜놓든가 하지 저 꼴이 뭐람. 이쪽 단동과 저쪽 신의주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었다.
숙소로 가는 도중 회장님이 어느 무명 시인의 시를 낭송하셨다.

압록강에서
천지에 흘린 눈물로 만포에 배 띄우고
손 흔드는 동포아이 보듬고 싶어
뛰어 내리고저 하나 몸 따로 마음 따로
눈물만 더 하는구나.
만포에 흘린 눈물로 단동에 홍수 되어
위화도 허리 적실 제
압록강 철교, 건너갈 수 없는 다리
강 건너 신의주엔 내 마음만 가 있네.
아~ 깊어가는 단동의 밤.

어쩜 내 마음과 그리도 똑 닮았을까. 단동에서의 첫날밤,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을 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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