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하면 떳떳하다
공개하면 떳떳하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0.11.25 09:30
  • 호수 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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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옥천군수가 사용한 업무추진비가 관심을 받고 있다. 업무추진비의 사용내역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공개내용이 주목을 받았다. 즉 식사를 하는데 업무추진비를 썼다면 누구와 식사를 했고 또 선물을 제공했으면 누구에게 선물을 제공했는가를 구체적으로 적시해놓았기 때문이다.

현재 분기별로 공개하고는 있지만 구체적 사용내역 없이 간담회, 격려금, 회의개최 등 포괄적으로 공개해 사실상 사용처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자가 옥천군청을 통해 살펴본 김영만 군수의 10월분 업무 추진비 집행내역을 보니 화제가 될 만 했다.

10월 한 달간 총 17건을 집행했는데 업무추진비 사유가 대상자를 아주 구체적으로 적시해놓고 있다.
조직개편 유공부서 및 부군수 만찬제공, 교육청, 소방서, 한전, KT, 대행사 등 도민체전 유관기관 회의를 하며 식사 제공,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옥천군 정구선수 등 24명과 만찬 간담회, 쪽댄스 컴퍼니 등 도민체전 공개행사 주민참여 공연팀 25명에게 식사 제공, 기획예산실 000 팀장 등 8명의 군정업무 노고자에게 식사제공, CJB 등 언론관계자 등 20명에게 도민체전 홍보 관련 지역특산물 구입 전달, 신발전지역 지정 대상지로 현지를 방문한 환경부 000사무관 외 2명에게 지역 특산물 구입 전달 등 아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당연한 공개내용이 특별한 것으로 주목을 받아 씁쓸하긴 하지만, 그동안 업무추진비를 제 돈처럼 쓰고 차기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선거구민 관리비로 전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은 자치단체장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주목을 받아 마땅하다.

징역살이를 하고 있는 한용택 전 옥천군수가 업무추진비를 제 돈인 것처럼 써서 1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박수광 전 음성군수는 업무추진비로 상품권을 구매해 선거구민에게 돌린 것이 적발돼 중도 사퇴했다.

영동군 정구복 군수도 업무추진비로 지역구민 및 단체 등에 격려금을 전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같이 불법적으로 사용했지만 적발되고 그 죄 값을 치르고 있는 단체장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그동안 업무추진비를 교묘하게 악용해 제주머니의 돈 인양 부당하게 사용한 자치단체장이 어디 한 두 명이겠는가. 보조금이 사회단체나 농민들에게 눈먼 돈이듯 업무추진비 또한 자치단체장에게 눈먼 돈이었던 것이다.

늘 하는 얘기지만 제 돈이라면 쓰지 못할 그 돈을 마치 제 돈처럼 사용한 단체장이 있다면 제발이 저릴 것이다.

이제는 이런 영화도 끝이다. 행안부가 내년부터 자치단체장이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집행했다가 적발되면 이듬해 업무추진비를 적발된 금액의 최고 5배까지 깎는다고 한다. 행안부는 단체장의 업무추진비 공개 범위와 일시 등을 담은 서식을 만들어 배포하고 내년부터 공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치단체에서 업무추진비를 얼마나 제 돈처럼 썼으면 행정안전부가 자치단체를 제동, 재갈을 물릴까.
기관 업무추진비든 시책 업무추진비든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은 군민이다. 군민이 선거에서 뽑아줬기 때문에 그 업무추진비를 쓸 당사자가 된 것이다.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군민들이 업무추진비를 제돈 처럼 쓰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접지 않고 있다. 군민들의 선택을 받은 군수가 군민들에게 당당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업무추진비의 세세한 공개다. 세세하게 업무추진비를 공개해 주목을 받은 옥천군수가 튀는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그게 떳떳한 것 아닌가. 공개하면 의혹을 살 일도 없으니 말이다.

군민들도 떳떳해야 한다. 그동안 자치단체장의 초청을 받아 식사를 제공받거나 선물을 받은 사람은 군수의 하사품, 군수의 식사대접을 가문의 영광(?)으로 알고 군수가 지불한 그 돈이 업무추진비로 쓸 수 있는 것인지 여부는 안중에도 없었던 방조의 책임이 있다.

민선5기는 자치단체장이나 내역을 관리하는 경리부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눈먼 돈 없는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험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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