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와 나눔은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배려와 나눔은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 편집부
  • 승인 2010.11.04 13:20
  • 호수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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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호(속리산 수정초등학교장)

요즈음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가 거의 없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다. 옛날보다 남을 위한 배려심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20여 층 되는 아파트를 오르내리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일이 짜증스러울 때도 있다. 조금만 아니 몇 초만 기다려주면 다음 사람들과 함께 이용할 수도 있을 텐데, 그 큰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고 훌쩍 가버린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사람에게 이 작은 배려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에 더욱 마음 아프다. "어서 오세요. 몇 층이시죠?" 얼마나 정감이 나는 말인가. 그저 기쁘고 마음이 날아갈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그저 즐겁고 기쁠 것이다. 살맛도 난다. 돈도 들지 않는 아주 작은 배려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남을 위한 이 작은 배려조차도 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보은 산외면의 아주 작은 자연부락에서 태어난 나는 어른들의 '배려와 나눔'을 지켜보며 또 스스로 체험하며 자라왔다. 당시는 먹고 입을 것이 변치 못하여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이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미풍양속인 아름다운 '배려와 나눔'의 꽃은 모든 이의 가슴마다에 그리고 집집마다 활짝 꽃을 피웠다.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것이 '제삿밥 나눠먹기'였다. 옛날에는 제사를 지내려면 새날이 밝자 마자, 또는 '첫닭이 울고 바로 지내는 것이 좋다'하여 밤 12시(子時)가 넘겨 제사를 지냈다. 제사를 지낸 다음에는 집안이 모두 함께 모여 음복을 했다. '제삿밥'을 먹고 싶다며 동네의 사랑마다 책도 읽고, 새끼도 꼬고, 가마니도 치며 기다리기도 했다.

제사를 마친 후 제사를 지낸 집에서 음식을 모두 맛있게 먹던 그 모습, 이제는 옛날이야기 속에서나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어디 그뿐이랴 연로하신 동네 어른이 계시는 집에는 밥이나 탕국이 식기 전에 드려야 한다고 꼭두새벽에 가가호호 제사음식을 배달(?)하던 그 아름다운 모습, 이제는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다. 모두가 못살고 어려웠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나눔을 실천하던 아름다운 모습을 말이다.

교통이 아주 불편하던 시절, 등짐장수·봇짐장수들이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다가 해가 저물면, 서로 자기 집에서 잠도 재워주고 밥도 먹여주었다. 요즈음 말로는 숙식제공에다 물건까지 사주는 '무한 배려'였던 셈이다. 그 옛날에는 별난 음식이라도 해 먹게 되면 음식물이 왔다 갔다 했다. 모두가 이웃사촌이란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았던 것이다.

동네에 상을 당한 집이 있으면 집집마다 가마솥으로 팥죽을 쑤어 모두 가져다주고, 며칠씩 일을 보아주며 밤을 새웠다. 또 집집마다 사용하는 술 주전자며, 밥상, 밥그릇, 숟가락, 등불까지 모두 다 빌려주었다. 결혼 잔치나 회갑 잔치에도 콩나물을 한 시루씩 길러다 주고, 모든 살림살이에 방까지도 빌려주었다. 네 것 내 것이 따로 없었던 시절이었다. 없어서 가난하고, 넉넉하지 못해 나눌 것은 별로 없었지만 그런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나눔을 실천하던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문화는 꽃피어왔다. 한국인이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세월은 아주 많이 흘렀다. 40년 혹은 50년 전의 일일이다.

어느 외국 사람이 한국에 와서 '출입문 손잡이를 잡고 다른 사람을 들어가라고 배려하였더니, 시간이 흘러도 자기를 배려해 주는 사람이 없더라'는 이야기를 TV에서 보았다. 그 옛날, 동네마다 흔하디흔했던 '배려와 나눔'이 어디로 갔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전국의 초·중·고 학생이 배우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2011년부터 시작된다. 날로 희박해지고 잊혀져 가는 '배려와 나눔'의 따뜻한 한국인의 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교육과정'에도 명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G20(Group 20) 정상회의가 11월 11일과 12일 서울에서 열린다. 세계 여러 나라 정상들과 세계 각국의 방문객이 한국의 방방곡곡을 찾는다. 속리산 구병리의 '아름마을'에도 11월 7일에 30여명, 11월 10일에 80여명의 외국인이 찾는다고 하니, 전국적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 한국의 정을 찾아, 도시와 농·산·어촌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의 가장 멋진 삶의 따뜻한 온기, 그리고 끈끈한 정인 '배려와 나눔'으로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자. 그리고 사라져가고 희미해져가는 '배려와 나눔'을 오늘에 되살리자.  '배려와 나눔'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으뜸 브랜드임을 명심하자. 그리고 '나부터 지금부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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