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야 할 '안전빵' 촌지
사라져야 할 '안전빵' 촌지
  • 류영우 기자
  • 승인 2010.10.14 09:04
  • 호수 6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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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의 촌지 중에서 뒤탈이 날 위험이 없는 돈봉투를 이른바 '안전빵'이라고 부른다.
지방경찰청장과 서장, 도지사, 교육감, 군수 같은 기관장들이 주는 돈이 대개 그렇다.
반면 비리나 민원과 연관성이 많은 업체가 주는 촌지는 극히 위험하다. 그 업체의 비리사건이나 민원이 터지면 취재와 보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들 통 날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왜 뜬금없이 촌지 얘기를 할까?
지난 13일 충청북도 치안총수인 충청북도지방경찰청장이 우리 고장을 방문,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뜨거운 논란이 되는 '교차로 점멸등 시행'에 대해 질문공세를 퍼 부었다.
5분 남짓, 지방경찰청장의 답변시간이 지난 후 한 경찰관계자는 "누굴 드려야 하냐?"며 김용판 충청북도지방경찰청장의 저서와 함께 봉투 하나를 기자들에게 내밀었다.

"기자단 간사가 참석 안했으니 대신 받아라"는 동료 기자의 권유에 따라 한 기자가 봉투를 건네받았다.

사실 '보도사례비' 명목으로 사회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기자들에 대한 촌지 제공문제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높지만, 언론과의 접촉이 많거나, 크고 작은 행사가 많은 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의례적인 관행으로 여겨져 별다른 거부감마저 없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언론에 부여된 일차적 사명이 정치권력과 정치과정에 대한 감시라는 것은 재삼 언급할 필요도 없을 만큼 일반화된 상식이다. 그러기 때문에 좋은 언론을 가늠하는 척도 중 가장 중요한 잣대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비판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관행이다"라는 현실을 백번 감안한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경찰 권력과 언론사 기자들 간에 이런 식의 유착관계가 관행화된다면 깨끗한 사회를 선도해야 할 입장에 있는 언론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자기 스스로가 깨끗하지 못하면 결코 남을 비판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와 언론의 공적 책임과 윤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취재 과정에서 어떠한 경우에라도 금품과 향응을 거부하며, 그 사례를 공개한다'는 기자윤리의 원칙대로 우리고장에서만이라도 기관에서 제공하는 '안전빵' 촌지가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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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모씨 2010-10-14 22:11:40
내부고발과 자성이 이 사회에서 많이 힘든 일인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사실을 밝히신 기자님께 박수를 드립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선 독자들의 관심과 후원이 더욱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촌지없이 공정 보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언론은 기자뿐아니라 군민과 독자의 몫입니다. 지방경찰청장의 처신이 참 개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