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 : 구병산 등산로 안전점검
현장체험 : 구병산 등산로 안전점검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0.10.07 07:50
  • 호수 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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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등산객에 맞게 안전시설도 보강돼야

속리산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구병산(해발 876m)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1999년 5월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충북 알프스' 43.9㎞ 구간이 개발되면서부터이다.
최근에서는 바위들과 어우러진 여름의 숲과 가을 단풍이 비경을 연출한다고 소문이 나고 더욱이 풍혈까지 발견되면서 등산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또한 내년에 구병산관광지가 조성을 마치고 본격 운영되면 구병산을 찾는 등산객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찾는 등산객들이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는 가파르고 바위와 돌로 이루어져 있는 구병산에 대한 안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구병산을 찾는 등산객들을 위한 안전시설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시점을 맞아, 지난 2일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기막마을~정수암터~갈림길~853봉~815봉~구병산 정상~쌀난바위~위성기지국~사기막마을 코스 약 9㎞구간을 직접 돌아보았다.

 

◆제 구실을 못하고 흉물이 되어버린 나무계단
이번 현장점검에서 주로 살펴본 것은 위험지역(절벽, 급경사로) 안전시설물 설치여부와 등산로 표지판(안내, 위치, 위험경고) 설치여부, 그리고 휴식시설 등이다.

그동안 민선 3·4기를 거치면서 구병산에 많은 안전시설을 설치했지만, 곳곳에서 노후되거나 지형지물과 맞지 않게 설치된 것이 눈에 띄었다.

우선 정수암터 위 100m 지점부터 능선 갈림길까지 로프와 나무를 이용해 여러 곳에 조성한 계단이 부실시공 탓인지, 지형에 맞지 않은 탓인지 제 구실을 못하고 오히려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물이 되어 있었다. 더욱 심한 곳은 구병산 정상에서 쌀난바위까지 구간으로, 이곳은 계단역할을 해야 할 통나무들은 빠져나가고 로프만 흙과 돌 틈에서 묻혀 계단을 조성했었다는 흔적만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 구간은 가파르면서도 바윗덩어리와 돌로 이루어진 지대(일명 너널지대)로 곳곳에 로프가 메어져 있는데, 로프가 낡아 교체가 필요한 것이 눈에 띠었다.

이 로프구간에서 경사도가 심한 곳과 853봉, 815봉, 구병산 정상 등에는 로프 대신 안전한 철계단이 조성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853봉 300m전 갈림길에서 만난 김모(30대, 청주시 산남동)씨는 "직장동료 8명과 함께 왔는데, 지금 막 올라온 구간(너널지대)은 험하기로 유명한 치악산 못지않게 험하다"며 "초보자나 여성등산객들을 위해 로프대신 철계단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계단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구병산 정상에서 만난 현직교사 윤모(50대, 여주군)씨는 "위험한 곳에 로프를 새로 설치하고 낡은 로프를 교체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산을 찾는 사람이라면 로프를 잡고 오를 정도는 되어야 하므로 자연을 훼손하면서 철계단을 설치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아니지만, 정수암터에서 853봉 사이 등산로 구간과 구병산 정상에서 쌀난바위 구간은 여러 곳에서 등산로가 작은 계곡과 겹치게 되는데, 여름철 폭우시를 대비해 계곡안을 피해 우회하는 등산로가 개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몇몇 곳에는 쓰러진 나무들이 등산로를 가로막고 있었고, 등산로 주변에는 죽은 채 서있는 고목들이 등산객들을 위협하고 있어 고사목들을 제거하는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등산 중 적정한 휴식은 안전한 산행에 필수이다. 구병산 정상을 중심으로 각 코스에 중간지점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나무의자 등을 설치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이날 등산에서는 정수암터와 쌀난바위에 휴식시설을 보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수암터에서 만난 60대 퇴직 회사원은 "나이를 먹어서인지 산행 중 자주 쉬는데 적당한 곳에 나무의자를 설치해주고, 비좁고 바위로 된 구병산 정상에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쉬면서 인근 지역을 조망할 수 있도록 절벽 쪽에 나무데크를 조성해주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올해 2월에는 정상에서 사진을 찍던 현직 교사가 추락하여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등산안내판은 보은의 얼굴
등산을 시작하면서 깔끔하고 자세하게 안내판을 보면 산을 향한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산이 좋아 보은을 찾은 등산객들에게 첫인상을 좋게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깔끔한 모양에 자세한 안내판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구병산 등산로 입구역할을 하는 사기막마을(마로면 적암리)에 있는 등산안내판은 그림이 오래되어 잘 보이지 않고 자세한 거리와 시간이 안내되어 있지 않다. 자세한 거리 및 시간안내가 들어간 안내판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구병산이 초행인 등산객들은 출발에 앞서 대략의 길을 주민들에게 물어보고 출발하는 실정이다. 마을정자에서 전통술을 팔고 있는 동네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등산객 십중팔구는 출발지점하고 등산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꼭 물어봐!"고 말했다.

보은으로 산행을 자주 온다는 이모(49, 청주시 복대동)씨는 "구병산 등산안내판이 충북 알프스 출발지점인 장안면 서원교 앞에 서있는 안내판 정도로 교체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론 앞서 지나간 산악회에서 시그널을 달아놓아 등산로를 헤매는 많지 않겠으나, 보은의 이미지를 생각해 등산로입구와 곳곳의 갈림길에는 방향과 거리가 자세하게 표시된 안내판이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등산로안내판과 함께 필요한 것이 쓰레기를 되가져 가자는 홍보안내판이다. 등산객들이 많이 쉬어가는 장소인 정수암터 곳곳에는 버려진 쓰레기가 여러 군데에서 발견됐다. 자기가 배출한 쓰레기는 자신이 되가져가야 함에도 휴식을 취할 만한 공간에는 여지없이 쓰레기가 눈에 띠므로 이런 장소에는 쓰레기를 되가져 가자는 계도성 안내판이 요구된다.

더불어 불필요하게 있는 시설을 제거하는 것도 요구되는데, 정수암터에 녹슨 채 방치되어 있는 바가지 걸이는 없애고 약수와 관련된 전설소개 안내판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853봉 300m 전 갈림길에 서있는 등산안내표지판은 끈이 오래되고 삭아 원래 끈은 없어지고 등산화 끈으로 보이는 것이 대신하고 있어 흉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안내 표지판은 보강이 필요했지만, 위험을 알리고 구조가 필요할 경우에 이용되는 위치표지판은 적절한 위치에 잘 설치되어 있었다.

산에 많은 안전시설물이 설치될수록 등산객들의 안전은 높아지겠지만, 산은 그만큼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잃고 훼손된다. 자연보호가 우선인지, 사람의 안전이 우선인지는 각자의 시각과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국의 등산객들에게 문이 열려있고 점차 그 등산객들이 늘고 있다면 지금보다는 안전시설이 보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처음으로 방문한 도시나 관광지가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다면 기억에 오래도록 남게 되고 나중에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보은을 찾는 외지인들이 주로 등산객인 점을 감안하면 군예산을 투입해 등산로의 안전시설을 보강하고 산을 깨끗하게 정비하는 것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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