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가 아닌 공정이 판치는 사회돼야
특혜가 아닌 공정이 판치는 사회돼야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0.10.07 07:34
  • 호수 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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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이라도 하듯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구현을 주창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국무총리 후보, 장관 등이 나가 떨어졌다. 정부의 홍보대로 G20 대회를 유치할 정도로 발전했는데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

보은사회도 불공정 사회이기는 마찬가지다. 얼마 전 보은군과 군의회는 민원비서를 둘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조례안을 의결했다. 특정인을 염두에 둔 이번 사안이야말로 가장 불공정한 사례로 남을 수 있다. 정부가 공무원특혜 채용에 대한 감사를 벌이겠다고 선전포고한 때문인지 조례는 벌써 공포됐지만 아직 군의 움직임이 없다. 정부의 특혜채용 감사를 염두에 두고 소나기를 피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정당하다면 소나기를 피할 이유가 없다.

이 조례안이 의결된 데는 지방선거의 영향이 크다. 선거에 의해 직접 권력을 잡은 사람은 물론이고 그의 당선을 도운 사람들도 권력을 갖고 행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이익을 취하기 위해 수시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들에게 청탁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생기니 지역사회에서 별것도 아니었던 사람들이 선거에 개입해 주류가 되어서 우쭐대는 것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는 주민들도 있다.

이같이 선거에 의한 불공정한 게임이 가장 추잡하다. 선거에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일종의 거래가 형성된다. 가장 큰 거래가 취직이다. 내가 당신의 당선에 역할을 했으니 내 자식의 취업을 보장해 달라, 내 자리를 보장하라고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해 군수선거에서 취직은 보상의 단골메뉴다. 그렇게 자식의 취직으로 이어진 인연은 평생 간다. 이용희 의원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청원경찰, 상근직, 일용직 등 군수가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는 군수의 밥이다. 이런 사례는 전대 정권에서 많이 써먹었다.

군의 각종 행사에 우리 가게의 물건을 일정부분 이상 구입해 달라, 기금마련을 염두에 둔 어떤 단체는 행사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등등 불공정한 룰의 적용도 강요하고 있다. 도움을 준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하루아침에 고정적인 거래처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이를 갈며 분루를 삼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들의 아픔을 염두에 두지 않는 기득권자들은 다음 선거에서 당선시킬 사람에게 붙고 비주류가 될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몫 챙기기, 한자리 챙기기에 서슴지 않고 나선다.

소득수준의 향상, 주민역량의 증가, 고학력 등으로 사회가 투명해져 불공정한 게임은 줄어드는 듯 하지만, 오히려 우리지역과 같이 소지역주의 소규모 농촌사회, 고령자가 많은 지역일수록 불공정한 경우는 더 많이 생기고 있다.

공정한 사회라는 것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중산층이하의 서민들은 공정한 사회의 잣대를 가장 엄격하게 들이대지만 기득권층은 공정한 사회의 기준은 일반서민들보다 훨씬 느슨하다.

가난하게 자랐고 밑바닥부터 시작해 자수성가한 사람은 서민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지만 참으로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어서 내가 어려웠던 시절,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까맣게 잊는다.

어려웠을 땐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모습이 눈에 보이고 어려움도 함께 극복하려고 하다가, 어느 정도 부를 쌓고 권력도 조금 손에 쥐어 어려운 처지에서 조금만이라도 벗어나 생활이 향상되면 내 아래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가 있다. 어제는 가난했지만 오늘은 가난하지 않기에 아래로 내려가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원히 보장되지 않는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인의 장막을 걷어내고 가난했던 어제, 참담했던 시절,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그때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람을 채용하는 것도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잣대, 기준, 룰을 적용해 약자일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보호돼야한다.

공정한 사회를 주창하지만 공정하지 못한 덫, 특혜의 덫들이 곳곳에 놓여있는 개탄스런 우리사회에서 공정한 사회를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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