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빗으로 빗는 하루>일제강점기에도 가출 청소년이 있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일제강점기에도 가출 청소년이 있었다
  • 편집부
  • 승인 2010.09.16 08:57
  • 호수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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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요맘때면 입학시험으로 인한 별별 희비극이 만히 연출되는 바 금년에도 발서 이런 류의 사건이 만흔 중 특히 平原의 金東植(17)-가명 鏡城의 尹七福(17)-가명-동군의 崔貞煥(17)-가명-등 꼭 가튼 17세 소년은 지난달 상순경에 경성에 와서 부내 모 고등보통학교의 입학시험을 보다가 실패를 한 후 집에 도라갈 면목이 업서 멀리 滿洲방면으로 다러나기로 하엿스나 려비를 구출할 수가 업서서 지난 3일 세 소년은 공모하고 三越백화점에 가서 물품 수십여 가지를 절취하여 가지고 이를 입질(入質)하려다 경찰에 발각되야 엄중한 취조를 밧는 중이라 한다.'

위 글은 일제강점기 때의 잡지 '별건곤' 제72호(1934년 4월)에 실린 글입니다.
청소년들이 보통고등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지자 집에 돌아갈 면목이 없어 만주로 달아나기 위한 여비를 만들려고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친 다음 이를 저당 잡히고 돈을 빌리려다가 경찰에 걸린 것입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성적부진이라든가 입시실패 등으로 아파트 등지에서 투신자살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집단 자살하는 예가 있습니다만 일제강점기에도 예외는 아니었나 봅니다.

기대감이 큰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 입시에 실패한 경우 가출을 꿈꾸지만, 막상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뿐 여비마련이 막막하여 결국 남의 물건을 훔치다가 들키는 바람에 부모님의 걱정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을 보면 딱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학업으로 말미암은 부담을 줄여줄지 슬기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글:푸른솔겨례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그림 : 수한 동정 출신인 이무성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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