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지 않은 길'보다 '안전한 길'을 원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보다 '안전한 길'을 원한다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0.08.26 10:22
  • 호수 6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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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경찰서가 지난 7월1일 교차로 곳곳에 '전국최초 신호등 없는 도로, 앞서가는 보은군민','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갑니다'라는 현수막을 게시하며 교차로 점멸신호등을 전면 시행했다. 

그런데 시행 이후 2개월이 지난 지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앞서 간' 대가가 결코 만만치 않다.
시행 다음날부터 사고가 발생하더니 1주일 만에 교차로 사망사고가 발생하여 자랑스러운 239일 교통사고 무사망기록이 깨어졌다. 또한 8월 18일 오후 6시10분경에도 신이평교사거리에서 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현재 서울소재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의식을 되찾았으나, 사고초기 의식을 잃고 혈압이 내려가 한때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경찰은 시행이후 2주간은 교차로사고가 늘었으나 이후 점차 줄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경찰에 사고신고를 하지 않고 당사자끼리 보험처리로 끝나는 사고를 포함하면 교차로사고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발생하는 교통사고보다 더 큰 문제는 보은군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운전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일부 군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차량운전이 능숙하지 못한 운전자, 교차로사고시 치명적인 오토바이 운전자, 교차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노약자 등을 중심으로 불안한 모습이다. 지금도 보은읍내 교차로를 보면 교차로 통과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전후좌우를 살피면서 한참을 서있는 차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교차로 횡단보도를 위태롭게 건너는 노인이나 어린이들을 찾아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모습들을 지켜봐야 하는 군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여기저기에서 내고 있다.
보은읍에 사는 주민은 "교차로 교통사고로 인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제한적·부분적으로 했어야 했는데, 성급하게 시행한 것 같아 아쉽다"고 준비부족을 탓했으며, 또 다른 주민은 "에너지절약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주민들의 목숨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것은 안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심지어 초·중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30~40대 주민들은 "툭하면 보은이 국가정책 시범대상지역이 되는데, 이는 보은을 무시하고 가볍게 보는 처사이다. 보은경찰서 직원 중에서 보은에서 자녀를 키우고 학교에 보내는 직원들이 얼마나 되냐"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렇게 군민들은 '아무도 가지 않을 길'을 가기보다는 '안전한 길'을 가기를 원하고 있다.
보은경찰은 군민들의 불만이 팽배하다는 것을 경찰청과 이 제도를 주도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보은군도 여론조사실시 등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군차원의 조치를 하는 것이 군의 업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동안 보은경찰은 군민의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원동기면허 취득간소화, 야광반디불이 가로수 부착, 야광반디불이 자전거 및 경운기 부착, 마을입구 가로등설치 등 일선현장을 찾아다니며 많은 문제점을 개선해왔으며, 이는 군민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이제 군민들이 원하는 '안전한 길'에 대해 다시금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전국 최초로 앞장서 가는 대가로 군민들이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바로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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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민 2010-08-28 21:53:04
박기자님의 고군분투에 지역민으로서 감사 말씀드립니다
표출되어지지 않는 응원과 관심은 무궁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보은군민 2010-08-28 21:26:11
대체 이 작은 군단위에서 이렇게 소통이 안되고 일방적으로 행정을 펼칠수가 있을까
그것도 일반행정이 아닌 군민들의 안전과 목숨과도 직결되는 행정을 말이다
군민대다수가 점멸등 제도를 불안해하고 원상태로 시내주요 사거리는 돌려달라하는데-
대체 보은경찰서는 딴나라 딴세상사람들이 모여 있는곳인가 말이다
제발 부탁한다 초등학교 개학이 다음주이다 위험해서 불안해서 노심초사다
원상태로 돌려달라 제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