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우물
여러 우물
  • 편집부
  • 승인 2018.12.2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환욱(판동초 교사)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을 샀습니다. 많은 베스트셀러들이 언어의 힘에 대한 부분에 몰려있어서 몸에 관하여 쓴 이 책이 유독 눈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는 대단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면서 영화연출과 감독을 하기도 했고, 그가 그린 그림들은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책까지 출판을 했으니 무려 4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진 셈입니다. 다재다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우물만 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우물은 열심히 파고 본 것이죠.

보통의 어른들이 하는 조언,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을 듣지 않은 것입니다. 왜 이것저것 여러 일을 하는 것보다 한 가지 일만을 끝까지 하라고 한 것일까요? 아마 한 분야에 몰두하여 이름을 날리길 바라던 예전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무병장수시대에는 점차 생명을 잃어가는 조언일 것입니다. 한 우물의 생명이 다하면 언제든 다른 우물을 사용할 수 있게끔 미리 준비해두어야 하는 시대 같습니다.

그런 그는 어릴 적에 '산만하고 주의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짐'이라는 생활통지표를 받았다고 합니다. 지금과 같으면 ADHD라는 낙인이 찍혔을지도 모르죠.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ADHD성향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상대가 알아채지 못할까봐 넘치게 표현하고, 한 가지에만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하는 성질, 이것은 가장 어린아이다운 본능이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사회성을 익혀가면서 이 본능을 갈고 다듬어 타인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법을 배웁니다. 하지만 ADHD 아이들은 가장 아이다운 본성을 평생 몸에 지닌 채, 이 반듯한 어른들의 세계를 계속 살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지닌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의 잣대에 따라 자신의 그러한 성향을 단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도리어 인정하며 지지한 그의 태도는 성향을 능력이라는 장점으로 승화시켰고, 결국 값진 우물을 여러 개 팔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지요.

제 주변에도 이러한 분들이 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농사를 짓는 분도 있고 교사이면서 작가인 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가는대로 한 곳에만 매몰되어 있지 않은 삶이 멋지고 부럽습니다. 저는 목공에 관심이 생겨 시작을 했는데 그 매력에 점점 빠져들다가 추위와 바빴던 일정에 잠시 얼어있는 상태입니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놀 수 있는 곳이 생겨 든든해진 것입니다. 목공이라는 우물을 파기 전에 비하면 말이죠.

걷는 행위를 예찬한 이 책 속의 인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강환욱(판동초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