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 마을②
성미산 마을②
  • 편집부
  • 승인 2018.11.0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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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성미산 마을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소행주'라는 코하우징 주택 형식입니다.

소행주는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이라는 뜻이고 8~10가구 내외가 모여 각자의 집을 원하는대로 설계하며 커뮤니티 공간, 옥상정원, 복도마루, 공용물품보관소 등을 공용공간으로 활용하는 형태입니다. 복도에는 딱딱한 시멘트가 아닌 마루가 깔려 있고, 때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작은 놀이터로 탈바꿈하기도 하더군요. 한 아이는 방송에서 자신은 32명의 가족과 함께 살고 언니, 오빠, 동생만 17명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같은 건물에서 소통하며 친근한 관계가 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의 맞벌이부부는 퇴근이 늦어도 큰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아이를 맡아줄 혹은 놀아줄 사람들이 항상 주변에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소행주 7호까지 지어졌다고 하였습니다. 한 소행주는 토지를 장기임대하였고 평당 건축비 500정도로 집을 지었다고 합니다.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계산해보니 한 달에 한 가구당 30만원 정도를 내는 셈이었습니다. 그 비싼 서울에서 토지구입에 드는 비용을 절감한 것이죠. 먼 미래에는 도시의 토지 값이 내려간다는 예측이 있으니 현명한 방법 같았습니다. 또 공용부엌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요리사를 고용하여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맞벌이인 시대에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저녁을 해주는 것은 엄청난 혜택임을 누구나 알 것입니다. 식사시간이 되면 여럿이 모이기에 내 아이와 밥을 먹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미처 퇴근하지 못한 부모에겐 큰 위안이 되기도 하겠죠. 일자리도 창출하고, 아낀 시간은 다시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좋은 순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곳은 동네책방인 '개똥이네 책 놀이터'였습니다. '개똥이네 놀이터'는 출판사 보리에서 만드는 아이들을 위한 월간지인데 집에서 받아보고 있기에 이 책방이 참 반가웠습니다. 어떤 곳일까 궁금하여 들어가 보니 오래된 주택을 아기자기하게 리모델링하여 문화공간, 책 공간, 돌봄공간으로 사용하는 듯 했습니다. 작은 부엌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고구마요리를 만들고 있고, 안쪽에서는 그림에 둘러싸여 차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위주의 상업적인 일반서점에서는 찾기 힘든 정겨운 책들은 제 지갑을 갈등시켰습니다. 간식이 다 되었다는 말에 밑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올라옵니다. 꽤 많은 아이들이 방과후를 이곳에서 보내고 있더군요. 돌봄의 형태는 이렇게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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