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 편집부
  • 승인 2018.10.11 09:30
  • 호수 46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황균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중략)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시인 문병란의 시 '직녀에게'를 가지고 박문옥이 곡을 붙인 노래다. 평양의 능라도 경기장에 운집한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소개로 연설을 할 때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다. 예정에도 없이 두 정상이 함께 백두산에 올라 마주잡은 두 손을 치켜 올릴 때의 그 감격은 이루 형언하기 어려웠다.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어찌하랴. 그래 맞아. 5천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온갖 풍상을 다 같이 겪어온 우리 한민족 아니던가. 급기야 저 무자비한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만주벌판으로 사할린, 시베리아로 내몰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끝내 이겨내고야 만 한겨레가 아니던가. 해방은 되었지만 약소국 백성이기에 외세에 의해 허리가 두 동강이 난 후 70년을 헤어져 살았고, 그 사이 골육상쟁의 6·25를 겪으며 서로 철천지원수로 지내왔다. 허나 어쩌랴. 전쟁이라도 불사하고 저 놈들을 굴복시킬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서로 깊게 패인 상처 보듬고 이제라도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야할 운명 아니더냐.

불과 1년 전만해도 전쟁의 먹구름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었다. 북은 장거리 미사일을 계속 쏴대고 핵실험을 수시로 감행하였고 미국은 미국대로 북을 파멸시키겠다고 공언하였다.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접어드는 형국이었다. 정작 이 땅에 사는 우리보다 외국 언론에서 곧 전쟁난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였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처지에서 우리는 그저 속수무책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처량한 신세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즉시 미국이 아니라 남과 북이 모두 잿더미로 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일, 전쟁광들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국민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최근 양측 함정끼리 소총 사격을 주고받았던 1999년, 2002년 두 차례에 걸친 연평해전과 2010년 북의 연평도 포격사건의 참화를 겪은 우리는 더욱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충돌도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이 땅에서 결코 전쟁만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정신을 지닌 모든 이들의 결의였다. 과연 이 땅에서 전쟁을 일으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를 생각하면 답은 하나다. '서로 만나서 오손 도손 서로 돕고 평화롭게 살아라.'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초부터 이러한 뜻이 모이고 모여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그 다급한 전쟁의 위기가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한반도에는 평화의 물결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통일이 되면 가난한 북을 도와주어야 해서 힘들다' 느니, '북과의 교류 협력은 결국 퍼주기다'는 등의 목소리는 이제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더 이상 근거 없는 말로 국민을 현혹시키기에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너무 똑똑해 졌다. 한반도 화해와 협력의 기운을 흩뜨리려는 온갖 가짜 뉴스가 판치고, 역사를 거스르는 자들의 가소로운 안간힘이 작용하겠지만, 이제 우리는 통일대국을 향해 쉼 없이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꼭 다시 만나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