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uzberg 발도르프학교
Kreuzberg 발도르프학교
  • 편집부
  • 승인 2018.09.06 08:37
  • 호수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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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환 욱 (판동초 교사)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Kreuzberg 발도르프학교에서의 기억을 더듬고자 합니다. 이 학교는 12년제 학교로 졸업 후 수능을 볼지 말지 스스로 선택하는 곳입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협의시간을 가진 뒤 가장 먼저 본 것은 고학년들의 합창연습이었습니다. 200명 정도가 모여 있었습니다. 시끌벅적했죠. 그러나 음악선생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일순간 고요해졌습니다. 중2병을 앓는 아이들이 보여준 경청의 태도에 감탄을 했죠. 어찌 보면 경청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아주 당연한 매너인데 말이죠.

독일도 스마트폰이 널리 펴져 있으나 이 학교에서는 전원을 끄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서는 손가락을 몇 번만 사용하면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죠. 이를테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목공수업과 관련된 영상들은 인터넷에 넘칩니다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입니다. 실재의 세계, 현실 세계에 인식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손을 쓰는 여러 작업들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곳의 학생들은 고등 3학년 때 수능준비를 합니다. 12학년까지는 모두 이 학교를 다니는 것이고, 12학년 때 졸업고사는 학교 자체적으로 치르며 그것만으로도 고등학교 졸업 인정이 됩니다. 자신이 수능을 보기로 마음먹으면 학교에서 준비기간과 수업을 제공해주며 2/3정도의 학생들이 수능준비를 합니다. 수능은 합격, 불합격 시스템인데 대부분은 수능을 잘 봅니다. 교사의 수능 권고가 없더라도 자신이 도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습이 부진하나 그에 대한 위험부담을 본인이 안고 도전을 하는 경우입니다. 나머지 1/3은 직업학교 혹은 장인교육 쪽으로 나아갑니다. 학교의 역할은 학생이 졸업장을 딸 수 있게 해주는 것까지입니다. 졸업장에는 이 학생이 어떠한 것을 수료하여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이를 가지고 졸업 이후의 진로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이미 9-12학년 사이에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실습을 체험해왔습니다. 그래서 수능을 볼지 안 볼지, 어떠한 진로를 찾아갈지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져 있고 그와 관련된 능력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대학을 가서 그때서야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는 우리의 구조와는 다른 것입니다. 수능 또한 필수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검정고시 제도가 없으며 대학까지 무상교육인 국가주도의 강력한 의무교육체제에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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