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보물들
기억 속 보물들
  • 편집부
  • 승인 2018.08.2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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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판동초 교사)

기존에 알던 혹은 행하던 것들과 상반되는 의견을 접했을 때, 그리고 그 의견이 합리적으로 보일 때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기억과 이해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보았을 때도 그랬습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이해가 되지 않은 것들을 기억 혹은 암기하도록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로 생각되곤 했습니다.

'이해되지도 않은 것을 기억하라니 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요.'라고 아이들이 항변할 것 같았습니다. 어려운 내용일수록 그 고민의 시간 또한 길어졌습니다. 물론 초등에서 사춘기 전 시기의 아이들만이 이 이야기의 대상이 됩니다.

이 이야기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억하는 것이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즉 이 시기의 어린 학생들은 풍부하게 기억하는 것이 우선이고 추후 기억 속에 잘 남겨진 것들을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것이죠.

기억과 이해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이해한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사물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개념으로 파악하는 모든 것은 기억 속에 저장된 보물을 끄집어내는 것이라며 말입니다. 한글을 말하고 쓸 줄 알아야 추후 한글의 규칙을 더 쉽게 배우는 것이 당연한 것과 같습니다.

이것을 간과하고 기억력의 형성이 중요한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이해를 시키고자 사고력을 너무 많이 요구하는 것은 그의 본성에 역행하는, 진정 가혹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끔찍하게도 이 시기에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기억력은 나중에 회복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체물을 통하여 셈하기의 기초를 익히고 난 뒤에 책받침 뒤에 적힌 구구단을 외우며 기억력을 끌어내던 이 과정이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것입니다.

'기억력이 강화되고 고요히 집중하여 어떤 대상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이 형성되면, 확고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진 습관은 그 사람에게서 일정하게 유지되어 살아가는 동안 내내 머물러 있습니다.'라는 말처럼 어쩌면 이 시기는 평생을 건강히 살아가기 위한 토대를 쌓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사람 또한 건물과 같이 기초공사가 중요한 것이고 토대를 쌓는 순서 또한 정해져 있는 것이죠.

강환욱(판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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