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미용실 '애니헤어샵' 한현옥씨의 '고마운 손'
숲속미용실 '애니헤어샵' 한현옥씨의 '고마운 손'
  • 김경순
  • 승인 2018.08.23 09:16
  • 호수 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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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속미용실 한현옥씨.

미용기술로 소외된 이웃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는 이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보은읍 풍취리에서 '애니헤어샵'을 운영하고 있는 한현옥씨는 지난해 본보 '함께하는 가게'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고향에 돌아온지 1년 동안의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쁜손 회원들과 함께 미용봉사를 나갈 때 너무 행복해요"라며 한현옥씨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30년 동안 안양에서 헤어샵을 운영하던 그녀는 60세가 넘으면 고향으로 돌아오려 했다.

"젊어서 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앞으로도 10년은 봉사할 수 있으니까요" 그녀가 가진 기술이 매개체가 돼 예쁜손(이미용 봉사클럽)' 회원들과 요양원과 경로당, 시골마을을 다닐 때 가장 행복하다.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서 고향에 돌아온 그녀는 가게로 찾아오는 고객들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 대한 정보를 듣고 자원봉사를 했다.  그러다가 자원봉사센터와 연계돼 '예쁜손' 회원들에게 전문적 미용기술을 2달간 가르치고, 그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예쁜손 회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6-70의 나이에도 봉사활동을 하시는 것을 보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죠. 미용을 할 때 긴장해서 살포시 떨리는 손을 보면 정말 예쁜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쁜손 활동 외에도 그녀는 수시로 봉사활동을 다닌다.

"제 시간에 손님이 맞춰야 해서 불편할텐데도 늘 한결같이 발걸음이 이어지니 고마울 따름이죠" 그녀의 미용솜씨에 반해서인지, 예쁜 마음에 반해서인지 모르지만 손님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미용봉사를 마친 후에 빈손으로 온적이 없어요" 어르신들은 그녀에게 가지와 호박, 오이 등을 한아름 안겨주며 정을 나눈다. 도시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행복감이 그녀의 일상이 돼버렸다.

"얼마전 회인의 노부부 미용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어요" 건강한 젊은 청년이 장애를 앓고 있는 여성과 팬팔로 만나 결혼을 하고 평생 그녀의 손발이 된 사연이었다.

"천사같은 모습이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고우세요?'하고 물었더니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래요'라고 답하더라구요" 그 한마디가 그녀에게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으며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게 되며,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그녀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애니헤어샵이 무허가 미용실이라는 괴소문(?)이 돌고 있던 것. 소문내용을 들어보니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고객들이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사실, 크게 걱정은 안해요. 다만 고객분들께 죄송할 따름이죠" 무허가라는 소리를 듣고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또 그녀의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가 오시는 분들에게 작은 불안감이라도 줘서는 안되는데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떤 소문이 돌더라도 저는 제가 가진 기술로 앞으로도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녀의 손이 이렇게 예쁜줄 안양에 있었을 때는 미처 몰랐다. 보은 고향에서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고향에서의 하루하루 삶이 행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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