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과 이야기
잠과 이야기
  • 편집부
  • 승인 2018.06.27 23:17
  • 호수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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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 (판동초 교사)

저는 잠이 보약이라는 말을 신봉하며 숙면으로 간의 회복을 도와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잘 잔 날은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야행성 문화입니다. 인기 있는 드라마는 보통 10시에 시작을 하고 각종 배달음식과 술집은 밤을 밝히며 연필은 밤에 더욱 바쁩니다. 기상 시간도 빠른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만성피로에 시달립니다. 덩달아 자녀도 수면시간이 적습니다.

덴마크에서 한 가정집에 초대되어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는데 7시경이 되니 5살인 막내아이가 졸려하더군요. 막내는 7시 30분에, 8살인 첫째는 8시 30분에 재우기를 할 시간이 될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이 아이만큼은 일찍 재우고 있었죠.

제 첫째 아이는 7살입니다. 올해는 'TV보지 않기와 일찍 자기' 미션을 수행중입니다. 취침 목표 시간은 9시인데 무작정 재우려니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 들려주기로 꼬드겼습니다. 아이가 공룡을 좋아하여 의식의 흐름대로 공룡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주었습니다. 단 조건은 9시에 침대에 누워 있어야하는 것입니다. 그 시간을 많이 넘기면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지금까지는 성공'입니다. 공룡이야기를 듣기 위해 먼저 취침시간을 챙기기도 합니다. 실로 이야기는 엉터리이지만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는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감기가 매우 잘 걸리는 편인데 약은 쓰고 맛이 없으니 항상 강제로 먹이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열이 나는 것을 '몸속에서 착한 요정과 나쁜 세균이 싸우는' 이야기로 말해주었고 약과 밥은 요정에게 큰 힘을 준다고 했습니다. 38도 밑으로 내려가면 요정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말이죠.

아이는 "아빠, 요정이 이기고 있어?" 물으며 체온을 재달라고 하더니 정상체온을 보고는 "아싸 요정이 이기고 있다!"라며 스스로 힘을 내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항생제를 최대한 안 쓰고자 하는 시기였죠. 아이는 전보다 훨씬 약을 잘 먹습니다.

누군가는 아이가 소변을 여기저기 튀겨서 소변을 폭포에 비유한 이야기로 만들어 들려줬더니 효과를 보았다고 합니다. 참 재미있죠. 아이는 상상을 실제로 여기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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