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자용 박사 그는 누구인가
고 조자용 박사 그는 누구인가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8.05.10 01:04
  • 호수 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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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첫 미국유학생, 주한 미국대사관저 설계 유명

1926년 황해도 황주태생인 고 조자용 박사는 1947년 미국 밴더빌트 대학에서는 토목공학을 공부하고, 하버드 대학원에서 현대 구조공학을 공부했다. 해방 후 첫 미국유학생 일원이었던 조 박사는 1954년 6.25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으로 돌아와서는 미국에서 배운 지식을 대한민국 재건하는데 보탰다. 동산병원, 대구 계명대, 경북대, 원주 감리병원, 부산 침례병원, 광주 장로교병원, 을지로 메디컬센터, 서울YMCA 등 대한민국의 수많은 건물을 역작으로 남겼다.

1976년에는 레이건 대통령이 전 세계 미국대사관 중 가장 아름답다고 극찬했던 주한 미국대사관 대사관저도 조 박사의 작품이다. ㅁ자형태의 한옥 대사관저는 조 박사가 설계해 재건축한 것인데 신라 포석정 형태의 중정이 있는 주한대사관저는 아름다운 설계가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이같이 건축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가 건축가로서의 생활을 접고 민속문화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1970년대 새마을 운동과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우리 것을 미신이라 여기며 우리 것의 소중함을 버리고 외국 시멘트 문화로 도배되는 것에 대한 반기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유학생활 중 참가했던 인디언 캠프를 통해 민속문화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동안 가슴 속에서만 꿈틀대고 있었는데 잘살기 운동을 표방한 새마을 사업으로 우리의 민속문화를 천시하고 말살하는 것을 안깝타게 여기고 민속문화의 모태인 삼신사상, 도깨비, 장수바위, 그리고 민화 등에 관심을 갖고 그 근원을 깊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1971년에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 민학회를 설립, 우리문화의 원형 보전, 기층문화답사, 정체성 연구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1960~70년대 아무도 우리민화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 조 박사는 민화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닫고 전국을 다니며 자료를 발굴,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유명한 까치와 호랑이(호작도)를 비롯한 수백여점의 귀중한 민화들을 발굴했다. 바로 이 호작도의 호랑이를 모태로 해서 88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인 호돌이가 탄생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왕도깨비를 모태로한 2002 한일월드컵의 붉은악마 형상도 마찬가지다

1967년에는 서울 강서구에 한국 사립박물관의 효시격인 에밀레박물관을 설립하고 민중박물관 운동을 시작했다. 한 민족의 문화수준을 측정하는데는 박물관 수와 문화재 수가 될 것이라면서 1976년에는 전국 사립박물관 1천여개 설립을 목표로 민중박물관협회를 창립하기도 했다.

그러다 전시공간이 협소하고 평면적인데다 고정된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점을 느낀 조 박사는 1983년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 아래 삼신이 깃든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수십년간 연구해온 민화, 도깨비, 기와, 장승, 장수바위, 삼신 등 우리민문화의 원형과 모태를 저서로 정리했다.

조자용 박사의 에밀레박물관은 강서구에서도 탐내던 유물이었다. 2007년 10월 발간한 강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제하의 강서구지에는 '에밀레박물관은 강서구 화곡동 봉제산 끝자락에 도깨비를 사복신으로 토테미즘의 대표적 상징인 호랑이를 신봉하는 사상적인 의미, 미술적인 멋을 간직했었다'며 적고 에밀레박물관이 다시 강서구에 지어지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을 정도다.

속리산으로 이전한 에밀레박물관 안에 현대적 개념의 캠프장인 삼신사 민족문화수련장을 개관, 우리장단에 춤추고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1990년대에 이미 수만명의 젊은이와 지식인들이 이곳에서 캠프를 하면 우리 고유의 삶, 얼, 멋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체험하고, 가슴으로 느꼈다.

2000년 1월 대전 엑스포 전시장에서 어린이를 위한 왕도깨비, 용, 호랑이전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그의 나이 75세. 민화 등 우리의 민속문화, 정신을 고취시키는데 일생을 바친 조 박사의 묘소는 생전 거주하던 속리산면 도화리에 있다. 서울 인사동에서는 조자용기념사업회 주최로 조 박사를 기리는 대갈문화축제를 2014년 시작해 올해 1월까지 5회째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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