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나드는(?) 특별한 인연
국경을 넘나드는(?) 특별한 인연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8.04.12 16:34
  • 호수 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주여성 상근자 모임

"김치 없으면 밥 못 먹어요" 한국생활 10년을 훌쩍 넘긴 다문화여성들의 말이다.

자신이 살아온 한국생활을 잠시 생각하는듯 하다가 이내 "한국사람 다 됐죠"라며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보은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사무실 풍경은 여느 단체와는 사뭇 다르다. 토종한국인(?)보다 결혼이민자(다문화여성) 직원이 더 많다. 그녀들이 처음 한국땅을 밟았을 때, 그들은 언어와 문화, 아이교육까지 센터로부터 수혜를 받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어느새 다문화사업과 교육활동을 직접 담당할 정도로 성장해 현재 6명이 상근하고 있다.

"언어장벽으로 처음 일할 때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올해로 9년째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트엉(베트남)'씨의 말이다. 트엉씨는 겸손한 말로 시작했지만 주변의 평가는 다르다. 통번역사일로 시작한 그녀는 탁월한 업무능력과 대중친화력을 인정받아 센터 기본사업과 행정업무를 맡고 있다. 그녀가 센터사업에 결합하면서 다문화가정의 참여율이 높아지고 활기를 띄고 있다.

'운소카(캄보디아)'씨는 지난해 11월부터 통번역사일을 하고 있다. "근무경력을 짧지만 결혼경력 최고선배야"라며 아이 셋을 키우는 그녀는 씩씩하기만 하다.

러시아 출신 '됴 옐례나'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 중 남편과 열애 끝에 결혼했다. 결혼과 동시에 남편 고향 보은에 들어와 시부모를 모시며 센터에서 이중언어환경조성사업을 담당하다가 행정업무를 맡고 있다.

센터 상근경력만으로는 막내인 '남주희(베트남)'씨는 교육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동광초와 수한초, 도깨비지역아동센터에서 베트남어 강사활동과 다문화이해교육 전문강사 등 오랜기간 자신의 전문적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시누리카페 메니져로 일하고 있는 '이아라(베트남)'씨와 '김화(중국)'씨는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친절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고객의 불평으로 스트레스는 없냐는 질문에 그들은 '전혀'라는 표정이다. "좋은 분들만 오나봐요"라는 기자의 우문에 "좋은 서비스죠"라는 재치있는 답변에 당당함이 담겨있다. 커피숍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아시누리 카페가 빛나는 이유가 짐작된다.

"이제는 후배들을 선배가 보듬어줘야죠" 자신들이 먼저 겪었던 경험의 노하우와 같은 처지에 있기 때문에 문제해결이 빠르다. 타시군 센터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이 엄마를 자랑스러워 해요" 식당이나 공장이 아닌 자신만의 전문영역을 찾아 역량을 발휘한다는 것은 그녀들의 자존감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남편이나 시부모님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든든한 조력자죠" 센터를 중심으로 이주여성들이 역량을 키우고 건강한 문화를 형성해가는 믿음이 가족에게 전달되면서 그녀들의 어깨는 절로 으쓱해진다.

"아시누리 카페 많이 이용해주세요"라며 홍보하는 이아라씨의 말에 모두 함박웃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