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민주적 운영의 아이콘이 된 구병리마을
화합과 민주적 운영의 아이콘이 된 구병리마을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8.03.29 11:14
  • 호수 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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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면 구병리 박희정 이장

한폭의 병풍같은 구병산과 아름드리 소나무가 마을을 방문한 낯선이들을 정겹게 맞이한다. 우리에게 메일꽃축제로 이미 익숙한 구병리의 숨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박희정 이장을 만났다.

 "잠시 중단됐던 메밀꽃축제를 지난해에 다시 재개했어요" 몇 년동안 구병리의 소담한 메밀꽃을 구경못했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이전과의 사뭇 다른 풍경의 축제로 변화됐다. 관광객 중심의 축제에서 주민중심의 축제로 혁신.

 "평생 쉬지도 않고 일만 하셨던 주민들이 하루만이라고 맘껏 놀아보는 축제, 또한 음식준비로 어머님들 고생시키지 않고 공연과 놀이가 있는, 이웃마을까지 초대한 흥겨운 잔치였죠" 그동안의 메밀꽃축제는 손님맞이로 온동네 주민들의 피로감이 컸다. 농사를 많이 지어 큰 수익을 내는 축제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러나 팜스테이는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으며 잘 진행되고 있어요" 봄에는 복분자를 여름에는 버섯, 가을에는 머루와 다래 등을 채취할 수 있으며, 손두부만들기, 천연비누와 염색, 떡메치기 등 다양한 체험거리로 많은 방문객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다.

 "구병리가 마을사업을 선도적으로 진행하기까지 여러 가지 내홍과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마을회관 벽면에는 각종 진행되는 사업이나 복지 등의 정보제공을 위한 게시판이 있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구병리 마을조례이다.

 "회칙에는 모든 임원의 임기가 2년으로 명시돼 있어서 2년마다 임원을 다시 선출하죠. 또한 이장과 마을사업을 분리해 운영하고 총무를 둬 재정 담당 따로, 감사를 둬 투명하고 공정한 예산이 집행되고 있어요" 여기에 수시로 열리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마을의 크고작은 일들을 결정하고 모두가 함께 추진한다.

 "군과 면에서 총회할 때 마을을 방문하면, 이렇게 체계적이고 투명하며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마을을 찾기 힘들다고 칭찬을 하곤 하죠" 이제는 누구하나 강요하지 않아도 마을에 일이 생겼을 때 지혜와 힘을 모으며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문화가 정착됐다.

 "단적인 예를 들면 구병리는 구불구불 언덕길이 심해 겨울철 눈이 큰 골칫덩이였죠. 주민들의 지혜를 모으니 금방 해결되더라구요" 마을기금으로 바람제설기를 구입하고 젊은 봉사자들이 자신이 사는 구역을 중심으로 골짜기까지 모든 눈을 말끔하게 치운다.

 "구병리는 여전히 도시인들이 찾는 귀농귀촌지에요. 어제도 두분이나 주소이전을 했으니까요" 귀농인들이 마을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행사초청은 물론, 마을회원이 되는 과정도 조례에 담고 있어 여느 마을의 원주민과 귀농인 사이에 겪는 갈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마을은 우리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죠. 주민들이 단합하고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녀는 올해 이장을 맡게 됐지만, 마을사업사무국장을 거쳐 추진위원장을 오랜기간 진행하며 마을의 대소사를 앞장서 챙겨왔다. 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젊고 똑똑하고 여성이라 세세한 부분까지 살뜰히 챙긴다며 칭찬이 자자하다.

 남편 김효식씨와의 어린 두딸과 함께 구병리 마을과 인연을 맺은지 20여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시골의 자연을 만끽하는 삶이 덧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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