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보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0.07.08 09:59
  • 호수 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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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보은군의 인구가 12만명이 넘었다는 것은 추억속의 얘기다. 보은군 인구 12만명은 앞으로 상황, 여건이 어떻게 변할지는 몰라도 어쩌면 수 십 년 후에도 실현하지 못할 꿈의 숫자가 될 수도 있다.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국회의원 선거구를 같이하는 보은, 옥천, 영동의 남부 3군 중 70년대 인구가 가장 많았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보은의 지역세가 좋았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지금 보은은 주민등록상 인구 3만4천명 남짓, 실거주 인구는 3만명이 될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지역세가 급격이 추락했다.

2010년 6월 현재 옥천군도 5만4천명, 영동군도 5만명 남짓으로 크게 줄긴 했지만 두 지역은 여전히 5만명 대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래도 보은군보다는 낫다.

보은군 인구가 이렇게 급격히 감소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고 현재는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특별한 처방전을 내리기도 어렵지만 옥천이나 영동을 보면 속이 상한다. 옥천과 영동에는 있는 그 흔한 대학교도 보은에는 없다.

보은, 옥천, 영동이 같은 선거구인데 왜 보은만 이 모양일까?
그런데 이번에는 보은에 있던 또 하나가 옥천으로 통합됐다. KT&G(담배인삼공사)다.

지난 6월 보은에서 담배 판매량이 22만5천갑, 금액으로 4억7천만원인데 전국적으로 보면 매출 규모가 미미해 영동군과 함께 옥천으로 통폐합했다는 것.

경영 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이라고 하니 뭐라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왜 매번 보은에 있던 게 옥천으로 통합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국민건강보험지사도 옥천으로 통합되고 보은은 출장소로 운영되고 국민연금은 아예 출장소조차 없다.

농어촌공사도 구조조정을 하려다  옥천과 보은군민들이 세력다툼을 벌일 정도로 반대가 극심하자 보류된 상태다. 어쨌든 구조조정 계획은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재점화된다면 아마 보은지사가 영동을 통합하고 있는 옥천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큰 옥천이 작은 보을 흡수하는 과정이 마치 블랙홀 같다.
KT&G(담배인삼공사) 옥천지사는 매주 금요일 보은으로 출장, 소매인들로 부터 주문을 받아 그 다음 주 월요일 담배를 공급한다고 한다.

담배를 취급하는 업소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보은에 지사가 있을 때는 담배가 떨어져 주문하면 한 두 보루라도 배달해줬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화요일이나 수요일 특정 담배가 없으면 그 다음 주 월요일까지 소비자가 구입을 원해도 팔 수 없게 됐다.

담배 판매 업소는 당연히 담배 판매량이 줄 수밖에 없고 이는 소득 감소로 이어져 점포운영에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보은군의 세입원 중 상위 세 번째를 차지하는 담배소비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해 보은군은 담배소비세로 22억4천249만8천원을 징수했다. 이중 국산담배를 판매해 거둬들인 세액이 16억4천여만원이었다. 올해 6월말 현재 담배소비세 9억6천만원 중 국산 담배 소비세로 8억3천275만5천원, 외산으로 1억3천135만9천원을 징수했는데 판매량 감소에 따른 세액 감소도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보은군 재정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은군은 KT&G(담배인삼공사)가 없어져 담배 소비세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데 영동군은 어떤가.

이용희 의원과의 합작품인 육군 종합행정학교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들어 지금 영동군 양강면(109만5000여㎡)은 3천50억원이 들어가는 육군종합행정학교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학교본부와 교육시설 107개 동(14만7888㎡), 아파트 6개 동 397세대(3만㎡)가 들어선다고 한다.

공사가 완료되는 2011년 이후 영동군은 이 학교 소속 장병 및 군인가족 등 2천여명의 인구 유입효과와 함께 연간 5천여명의 교육생, 연간 면회객 1만 2천여명 등 유동인구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인구 5만명 아래로 추락할 것을 염려해 주민등록 옮기기 등 5만명 사수운동을 벌인 것을 추억을 여길 날이 오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 베드타운으로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옥천군은 굳이 언급을 하지 않아도 가장 윤택한 지역이다.

같은 국회의원 선거구 중 보은군만 늙고 병들어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값어치 없는 땅덩어리만 지키고 있는 가장 초라한 지역이다.

1대부터 5대까지는 보은군 단독선거구였고 6대부터 8대까지는 보은?옥천군이 한선거구였으며 제9대부터 지금까지 보은·옥천·영동을 한선거구로 묶어 국회의원을 선출했는데 그동안 보은은 어준선 의원 외에 단 한명도 국회의원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영동도 심규철 의원 한 명만 배출했지만 지역 발전정도로 보면 보은과 상황이 다르다.
반면 옥천은 육인수, 박준병, 이용희라는 걸출한 다선의원을 배출했다.

그 결과일까? 옥천에 비해 보은의 낙후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는데 보은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하면서도 보은에 대한 배려는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이다.

그동안 그들을 위해 종을 울린 결과가 지금 모든 것을 옥천에 뺏기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은군민은 여전히 그 품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옥천군의 들러리를 서고 있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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