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위탁
셀프 위탁
  • 편집부
  • 승인 2018.03.22 14:18
  • 호수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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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재(보은 죽전 / 충북시민재단 이사장)

지난 한해 보은군은 여러 가지 부문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양하여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경사스런 일에 축하와 격려가 쇄도함은 자연스런 것이지요. 명이 있으면 암도 있기 마련일까요. 최근 보은군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 중 대표적인 스포츠사업에 탈이 난듯합니다. 과유불급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SNS를 통해 스포츠클럽 운영 위탁에 따른 잡음이 들려오더니 지난 15일자 '보은사람들'에는 1면 톱으로 기사가 게재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보은군(군수 정상혁) 소유 스포츠시설을 (사)보은군스포츠클럽(회장 정상혁)에게 위탁하는 것으로서 위탁자와 수탁자가 동일하다는데 있습니다.

신문기사를 보면, 군 당국의 해명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우선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보은군 체육시설관리 및 운영조례'에 의거 시설 위탁은 문제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음, 보은군스포츠클럽 조기정착 및 발전을 위해, 즉 공모사업선정 요강의 의무사항인 지자체 부담금 예산 반영(3천만원 이상), 스포츠시설 클럽하우스 운영, 시설물 위탁 확보 사항 등이 공모요건으로 되어있어 민간인이 회장이 되면 예산확보 등 스포츠클럽의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군수가 회장직을 수행해야만 한다는 요청에 따라 겸직이 부득이 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타 지역 스포츠클럽 공모사업에 선정된 지방자치단체 중 부산 해운대구, 대구시, 강릉시, 포항시, 군산시, 진주시, 거창군 등이 초기 회장직을 자치단체장이 겸임하고 있다는 사례를 제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내외뉴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세번째 해명, 즉 타 지역의 사례를 취재한 결과는 좀 다르게 나타나고 있군요.

거창군의 경우, 의회에서 1년 동안 위탁운영 후 평가를 통해 다시 위탁하는 조건으로 군의회를 통과했고 2015년 10월 군수를 회장으로 추대했다가 셀프위탁 논란이 일어 민간인 회장으로 교체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민간위탁을 하고나서 군 지원금, 자체수입, 체육회 지원 등을 받지만 회계 누락과 당초 목적과 벗어나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돼 위탁을 해지 했고, 이로 인해 소송을 당해 1심에서 거창군 패소 후 현재 항소 중, 즉 분쟁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군산시의 경우, 처음에는 시장이 스포츠클럽 회장을 맡았으나 현직 시장이 스포츠클럽 회장을 맡는다는 부담감과 행정엸재정적 지원 등의 문제점이 노출돼 현재는 체육회 상임부회장이 겸직하고 있으며 시설위탁을 하지 않는다는군요.

그밖에 강릉시는, 현재는 스포츠클럽 회장직을 시장이 맡고 있지만 시설위탁 및 시의 행엸재정적 지원시 겸직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있으며, 포항시 또한 스포츠클럽을 만들 때 예상됐던 문제점들이 발견돼 현재는 스포츠클럽을 시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고 있는 체육회 산하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보은군이 제시한 타 지역 사례가 모두 다 문제가 있어 스포츠클럽 회장을 지자체장이 아닌 민간인으로 교체했거나 위탁을 해지하거나 아예 위탁을 주지 않거나 고민 중이거나 당초부터 예상됐던 문제점들이 노출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타 지역 사례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이미 진행된 사항은 개선하는 지혜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할 텐데, 단순히 다른 곳에서 위탁한 사실만 들어 우리도 가능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군요.

기사에서 언급한대로 군수가 법인의 대표를 맡아서 위탁 받는데 대해 명문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또 지방공무원법 56조를 들추지 않더라도 단체장이 법인의 대표를 맡음으로 인하여 (군수)자신이 (회장)자신에게 허가를 요청하고 허가를 해주는 '셀프 위탁'은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습니다. 민엸관 거버넌스의 취지에도 걸맞지 않으며, 관이 민간에게 운영을 위탁케 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관이 민에게 위탁하도록 개방하는 취지는 민간의 특성, 전문성을 취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처방은 간단할 것입니다.

(사)보은군스포츠클럽 회장직을 민간이 맡고, 보은군은 스포츠클럽을 적극 지원하여 목적한 바를 달성하면 문제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이러저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은군이 거액의 예산을 확보하여 체육시설을 갖추고, 전지훈련과 각종 경기와 대회를 유치하여 지역경제와 생활체육을 활성화 하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해 마땅할 것입니다.

다만, 이번 일을 군의회가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군요. 지난 12일 의정간담회에 제출된 '시설 운영위탁 동의안'이 보은군의회 316회 임시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라는데, 과연 (사)보은군스포츠클럽에게 보은군 스포츠파크 일부시설의 민간 위탁을 동의해 줄까요. 의장단 선출 갈등이 장기화 되고, 단 한 차례도 상임위를 열지 못하고 내홍을 겪고 있다는 군의회가 이번에도 네 탓 공방을 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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