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 '엄마선생님'
책읽어주는 '엄마선생님'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12.07 12:12
  • 호수 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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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광초등학교 이른 아침 책읽는 풍경
▲ 사진 앞줄 이은경(왼쪽)·박경민, 사진 뒷줄 김창민(왼쪽)·권혜정 독서지도 엄마선생님이 밝게 웃고 있다.

"오늘은 도깨비 책과 만날거에요. 자꾸만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도깨비 이야기 궁금하죠?"

친구들과 장난치던 아이들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듣자마자 "와~"하는 함성과 함께 자리를 정돈하고 앉는다. 동광초 1학년 아이들은 매주 월요일이면 책을 읽어주는 4분의 '엄마선생님'과 만난다.

#4人4色의 독서지도 '엄마선생님'

이은경 선생님은 활기찬 목소리와 커다란 몸짓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열정적인 '빨강빛깔'이 떠오른다. 효준(2)이와 효정(5)이의 엄마로 3년동안 독서지도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또한 교육과 독서관련 전문지식이 풍부해 나머지 엄마선생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핑크빛깔의 권혜정 선생님은 딸아이 다은이가 입학하는 계기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신입이지만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또한 앳되고 상큼한 외모, 낭랑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의 선생님이다.

연한 초록빛깔의 박경민 선생님은 지석(4)이의 엄마이다. 신나는 주말을 보냈던 아이들이 월요일에도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지만, 박경민 선생님의 조용한 목소리로 책읽는 소리를 들으면 이내 차분해진다. 또한 손재주와 예술감각을 타고나 다양한 공예품을 만드는 수업도 진행한다.

블루빛이 연상되는 김창민 선생님은 수진(1)이와 수현(5)이의 엄마로 3년 경력의 자칭 '군기반장'이다. 그러나 단한번의 빠짐없이 독서지도를 하고 있어 다른 엄마들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빠질때면 어김없이 빈자리를 매꿔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렇게 4명의 엄마선생님은 매주 반을 바꿔가며 책을 읽어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4가지 빛깔의 특징을 지닌 책을 읽게 되는 것이다.

#책읽는 아이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은 자기 삶을 스스로 이끌어나가고 엄마들이 바라는 학습효과도 좋다며 모두들 한목소리를 낸다. "박경민 선생님 아이가 이번에 군민장학금을 타서 한턱 쐈어요"라며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책은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사고의 깊이를 더해주요" 애니메이션이나 요즘 아이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동영상은 아이들의 사고력을 네모난 화면에 가두고 기다림의 여유가 없다. 그러나 책을 읽고 감동을 받으면 아이들은 두눈을 감고도 무한한 상상을 하며 글자 이외의 다양한 생각을 되새기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부터 변하는 걸 느껴요"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하고 엄마와의 애착관계도 깊어진다. 어려서부터 엄마목소리를 들었던 아이들은 고학년이 돼서도 가끔씩 책을 통해 엄마의 애정을 확인한다.

"일요일이면 아이들이 먼저 챙겨요, 엄마, 내일 책읽어주는 날인데, 이책 읽어주면 어때? 이건 8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또 재미가 있어 금방 책과 친해질거야"하고 연령대별 책을 골라주는 자녀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책을 읽어주는 것의 또다른 장점은 궁금한 것을 다른 책을 찾아 스스로 해결하는 거에요" '아씨방 일곱동무' 책에 등장한 '골무'를 몰랐던 1학년 아이들이 골무를 알기 위해 다른 책을 찾아보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또한 보다 많은 책을 보기 위해 보은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느는 모습 속에서 엄마선생님들은 보람을 느낀다.

이렇듯 동광초의 오랜기간 동안 진행된 엄마선생님의 책읽기로 아침풍경이 달라졌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이른 아침, 동광초 도서관은 북새통을 이룬다. 어린 아이들이 책을 빌리기 위해 길게 줄지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재잘거리고, 그 틈에도 책 속에 푹 빠져 아랑곳 않고 책을 읽는 언니, 오빠들. 동광초 아이들은 책과 진짜 친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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