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없는 교차로 안전할까?
신호등 없는 교차로 안전할까?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0.06.24 11:35
  • 호수 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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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도심은 어린이 보호위해 신호등 유지
경찰…예상되는 위험에 만반의 준비 끝내

보은경찰서가 오는 7월 1일부터 군내 34곳의 교차로 교통신호를 24시간 점멸등 운영을 앞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보은경찰서는 보도자료와 홍보전단을 통해 '전국 최초 보은군이 7월 1일부터 신호없는 도로로 바뀝니다'라고 홍보하면서 신호없는 도로에서 △주요 교차로와 시내권 도로통행시 일단정지 및 서행운전 △횡단보도에서는 전후좌우를 살핀 후 안전하게 길 건너기 △배려와 양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 등을 당부했다. 이렇게 교통신호를 변경하게 된 이유로 '교통량이 많지 않은 교차로에 대해 정주기 신호운영으로 교통사고의 위험을 초래하고 있으며, 신호에 의한 교통통제가 오히려 불편을 가중하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교차로 곳곳에 홍보현수막이 나붙고 경찰 협력단체에 협조공문이 전해져 이 제도 시행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군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잡았다", "교통신호는 수십년이 된 국민들간 약속이자 습관이다. 이 약속과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꿔보겠다는 발상이야말로 탁상행정에 전형이다" 등 주민들의 불만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통신호체계의 단계적 변경
보은경찰서는 이 제도시행을 앞두고 외곽 16곳의 교차로 신호등을 점멸등으로 전환하기 전인 2009년 1월부터 6월말까지와 전환전후 교통사고 건수를 비교검토를 했다.

검토결과 2009년에 1월부터 6월말까지 총 7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반면, 2010년에는 동기간 단 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교차로 교통사고 절감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을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군내 교통신호체계를 단계적으로 변경하고 있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총 34곳의 교차로 신호등 중, 읍면 외곽지역에 있는 16곳은 지난해 7월부터 24시간 점멸등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읍면 중심지역의 18곳은 시간제(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주기신호 운영)로 탄력운영하고 있다.

이중 시간제로 운영되고 있는 18곳을 21일부터 누청3거리 등 6곳을 점멸등으로 바뀌었고, 읍 외곽지역인 후평4거리 등 7곳을 28일부터 점멸등으로 바뀔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7월1일부터는 읍내 혼잡지역인 동다리4거리, 교사4거리 등 6곳이 점멸등으로 바뀌어 군내 34곳 전체가 점멸등으로 교체된다.

 

◆도심, 노약자위해 신호등 유지
경찰의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 교통신호체계 변경에 대해 주민들이 걱정하는 목소리는 주로 어린 자녀들 두고 있는 학부모사이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ㅇ모(39, 보은읍)씨는 "동다리4거리는 보은중학생들이 많이 건너다니고 이평교4거리는 동광초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신호등이 없다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기 어려울 것 같다"며 걱정했다.

초등학생 자녀들을 두고 있는 ㄱ모(40, 보은읍)씨는 "운전자들이 황색점멸등이면 교차로에 서지 않고 통과하는 습관이 배어있다. 어두운 저녁 교차로를 통과하는 차량끼리 사고와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약자들이 사고당할 우려가 높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어린 자녀들을 둔 학보모가 아니라도 이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높았다.

ㅅ모(45, 마로면)씨는 주민들의 의견수렴과 시험운영이 없었던 것을 지적하면서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군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잡았다. 교통신호는 수십년이 된 국민들간 약속이자 습관이다. 이 약속과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꿔보겠다는 발상이야말로 탁상행정에 전형이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운전이 미숙하다고 밝힌 ㄱ모(45, 보은읍)씨는 "교차로에서 녹색등이 들어오면 앞만 보고 출발을 했는데, 점멸등으로 바뀌면 앞뒤는 물론 좌우까지 살피면서 교차로를 건너야 하므로 교차로를 지날 때 난감할 것 같다"고 걱정했으며, "또한 점멸등체계에서 교차로 충돌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간 잘잘못을 따지기가 어려울 것 같아, 사고시 여성운전자들이 불리할 것 같다"고 불안함을 드러냈다.

◆예상 위험에 만반의 준비하고 있어
보은경찰서는 네덜란드 교통전문가 한스 몬더만의 '교통신호체계를 없애면 운전들이 더욱 안전운전을 한다'는 교통이론 근거와 선진국의 실제 운영사례(네덜란드의 '드라크텐', 영국의 '버킹엄 궁전, 트라팔가 광장', 독일의 '봄테' 등)를 제시하면서 성공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예상되는 위험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만반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우선 지난 6월9일과 23일 경찰협력단체인 모범운전자회, 녹색어머니회, 자율방범대와 회의를 갖고 제도시행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각 단체별로 교차로를 맡아 등하굣길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비를 하였다.

또한 충북지방경찰청으로부터 의경 10명을 지원받아 읍내혼잡지역에 아침·저녁으로 배치하여 이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더불어 교통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읍내혼잡지역 6곳은 황색 점멸등(교차로 통과시 서행)이 아닌 적색 점멸등(일단 정지 후 교차로 통과)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도로폭이 넓은 교차로에는 보행자 작동신호기를 설치하여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할 방침이다.

김진광 생활안전과장은 "이 교통체계가 자리 잡게 되면 최장 1분40초의 신호대기 시간이 줄어들어 원활한 교통흐름과 에너지 절약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바뀐 신호체계가 정착될 때까지 주요 교차로에는 교통경찰관과 협력단체 회원들을 배치해 운전자 및 보행자 통행지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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