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에서…살생부, 또 다른 선거문화(?)
취재현장에서…살생부, 또 다른 선거문화(?)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0.06.17 10:03
  • 호수 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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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나면 꼭 오르내리는 것이 살생부(殺生簿)라는 무서운 단어다. 한자 뜻 그대로 죽이고 살릴 사람의 이름을 적어 둔 명부(名簿)인 것이다. 6·2 지방선거가 끝나고 난 우리지역에서도 이같은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떠돈다.

원래 살생부는 수양대군 시대의 생살부 글자의 순서가 바뀐 것으로 살릴 사람부터 살리고, 나머지만 죽이는 명부였다. 단종을 폐위시키고 정권을 장악한 수양대군 밑에는 칠삭둥이로 유명한 한명회가 살생부를 작성했고 이것이 계유정란이다.

수양대군이 자신의 집권을 반대할 만한 신하들을 죽이려고 작성한 명부인 살생부는 여기에 이름이 올랐던 영의정 황보인과 좌의정 김종서, 이조판서 조극환, 좌찬성 이양 등이 참혹한 죽음을 맞은 것이다.

공무원 고위직에서 이런 살생부 명단을 적어 당선자에게 보고를 했다, 지역에서 모 업체, 모 식당에서 주축이 되어서 기록을 했고 이것을 고위직이 최종 취합했다고 한다는 설이 들린다.

사실관계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군 공무원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하고 당선자도 살생부를 본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선거에 깊숙이 개입한 공무원은 조직의 화합을 깨뜨리는 일탈행위이라고 단정하고 이번 기회에 단절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또 정치공무원은 단죄를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해 군수 당선자가 취임 후 첫 인사에서는 어느 정도 정치공무원에 대한 단죄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격동기 즉 지금과 같이 세대교체기에 눈에 들지도 말고 나지도 않기 위해 복지부동 하는 것이 특성을 보이는 공무원들은 편치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단체장에게 줄 대기를 했거나 특정 후보에게 줄을 댔던 공무원들은 좌불안석이다. 당선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인사단행 구상이 서있고 그에 따른 무더기 인사태풍이 초읽기에 들어갔을 것이다.

반면 그동안 단체장에게 미운 털이 박혀 한직으로 밀려나 상대적 소외감을 맛보아야 했던 비주류 측은 주류세력으로 대대적인 물갈이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지역 관가에서는 새로 선출된 단체장 임기가 시작되는 오는 7월1일 이후 대폭적인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상혁 당선자가 살생부를 만들어 공포의 칼을 휘두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혹여 밑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그런 움직임이 있다면 엄히 다스려야 할 일이다.

행정은 한풀이 정치를 하는 곳도 아니고 전쟁에 승리해 보은군을 접수하는 점령군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을 제로베이스로 놓고 제거 대상이 아니라 또 다른 보은의 도약을 위해 함께 해야 할 인재들이라고 생각하고 정실인사와 편법인사가 아닌 탕평책을 쓰는 인사정책이 신구가 교체 되는 지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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