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가루 휘날리는 소여리
석회가루 휘날리는 소여리
  • 편집부
  • 승인 2017.08.31 12:18
  • 호수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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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옥 마로 소여 / 동화작가

농부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 마로면 소여리 주민은 농사일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선 석회광산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 충북도청과 보은군청에서 고령의 주민들이 팻말과 머리띠를 두르고 난생처음 시위까지 했다.

소여리는 한때 탄광으로 인해 큰 피해를 감수하고 살아왔고, 현재도 지하수 오염으로 인해 식수와 땅 꺼짐 현상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몇십 년간 소여리 주민에게 고통을 줬던 그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폐광지원금은 보은군 발전에 많은 이바지를 했다. 보은국민체육센터, 공설운동장, 구병산관광지 조성 등에 쓰였고, 그 기반으로 보은군이 내세우는 스포츠 메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다. 소여리 주민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긴 종잣돈이 보은군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러나 소여리에 돌아온 것은 석회광산이라는 선물(?)이다.

석회광산은 채굴한 석회를 운반하기 위해 덤프트럭이 종일 운행을 하면서 농사철 경운기 등의 농기계와 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또 채굴 과정에서 비산먼지가 날려 농사는 물론 햇살 좋은 날 빨래 너는 일 등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진다. 소여리 주민은 예전 탄광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아픈 경험으로 석회광산 허가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마로면사무소를 통해 충청북도와 보은군청에 보냈다. 그런데도 어찌 된 일인지 소여리 주민의 반대 의견은 무시되었다.

충청북도와 보은군 담당자는 소여리 주민의 반대 의견서를 봤다면 왜 반대 의견이 있는지 현장에 나와 주민 의견을 청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충청북도 관계자는 석회광산 현장을 방문하고서도 반대의견을 낸 주민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정치와 행정은 소통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뒤탈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그 해결책을 찾는 방식이 정상적이고,일방적으로 처리하게 되면 주민과 관은 충돌하고 주민은 관을 불신하게 된다. 대화라는 좋은 방법을 두고 법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관은 주민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통보로밖에 볼 수 없다.

석회광산 허가가 타당하면 주민에게 미리 설명하고 주민의 반대 의견을 듣고 주민을 이해시켜야 했다. 소여리 주민은 석회광산이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문화관광과와 주민복지과, 환경위생과, 농축산과, 산림녹지과, 지역개발과, 안전건설과, 상하수도사업소 등의 관련 법규를 모두 검토했는데도 하나의 지적사항 없이 모두 적법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한다.

주민의 건강과 밀접한 석회광산 채굴 허가 신청에 대해 관련 법규를 정확히 검토했다면 보은군은 그 사항에 대해 소여리 주민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왜 소여리 주민의 반대 의견서를 무시했는지 그 이유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또 보은군은 석회광산이 허가 면적보다 더 넓은 면적을 불법 훼손했는지, 허가 사항과 다르게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지 철저히 감시, 단속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소여리는 조용하고 공기 좋은 마을이다. 그래서 귀농 귀촌한 주민이 몇 있다. 이들은 농사를 지으며 소여리 마을을 지키고 살아갈 젊은 농부들이다. 이들에 비해 소여리 주민은 대다수가 노인층이다. 그러나 농사를 지으며 열심히 사는 아주 평범한 보은군민이다.

한여름 더위를 피해 마을 쉼터에 모여 10원짜리 화투를 치거나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며 햇볕에 검게 탄 얼굴로 환하게 웃는 농부이다. 바쁜 농사일에도 일주일에 한 번 모여 그림을 그리거나 도자기를 만들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농부이며 삶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노인이다.

이런 모습이 좋아 가끔 방송국에서 촬영도 오고 '6시 내 고향' 등에도 방영이 되었다. 방송을 보고 멀리 서울에서 혹은 대전, 청주 등에서 소여리 주민의 작품을 보러 오기도 한다. 이렇게 평범하고 평온한 소여리에 석회광산이 들어와 평범한 농민을 또 시위현장에 나가게 하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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