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고는 꽃샘바람 탓?
방송사고는 꽃샘바람 탓?
  • 편집부
  • 승인 2017.08.31 12:15
  • 호수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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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방송수다방
▲ 이 시 백말티재휴양림 숲해설가2002년 문학과창작통해 등단2003년 시집 숲해설가의 아침

계절이 아님에도 불어대는 꽃시샘 바람처럼 무서운 건 없는 거 같아요. 지지난 주 방송 대담은 성모장례식장 박종문 과장님을 모시고 우리의 장례문화에 대한 말씀을 들었어요, 25년 전 인도여행을 하면서 보았던 너무나 이질적인 장례문화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새로워 가끔씩 꺼내어 추억하곤 하는데, 나라마다 다른 장례문화 중엔 참 신기한 풍속도 많죠.

대담을 하는 중간에는, 대담자가 신청한 노래를 감상하며 긴장을 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인터넷 앱을 다운받아 듣는 청취자가 약 4천명~1만명 이상, 모바일로는 500명 이상이니 방송시엔 늘 탱탱한 긴장감의 연속이랍니다. 대담 후, 유리창 너머로 보고 계시던 신라식당 사장님이 칭찬을 하시는데, 대구에서 다급한 메시지가 속속 들어오고 있더군요. 서울, 부산등지에서 이튿날까지 메시지는 이어졌어요. 방송해야 할 내용과 상관없는 사적인 이야기들이 여과 없이 그대로 방송되어 안타깝다고. 휴~! 한숨 돌리다가 천둥 번개 날벼락? 귀신이 곡할 노릇이죠.

확인 겸 앱을 켰더니 정말 제가 하는 말이 즉시 모바일로 방송되는 것이었어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더군요. 읍장님에 이은 두 번째 대형사고로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는데, 인터넷과 모바일방송용 프로그램이 변환되어, 마이크는 사용불가, 모니터 안의 앱캠을 통해서 전국으로 방송된 거였어요. 아후~! IC~! 비타민C~!

그 사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요즘도 방송을 할 때면 신경이 곤두서는데, 그럴 때 마다 엉뚱하게도 가수 알리가 처절할 만큼 열정적으로 부르는 <불어라, 열풍아>의 멜로디가 가슴속을 후벼냅니다.

<그 누가 알아주나 기맥힌 내 사랑아, 울어라 열풍아 밤이 새도록~♬> 그날 밤, 뜬눈으로 하얗게 밤을 새웠죠. 부족한 실력으로 어설프게 음악방송 DJ를 하다 빚어낸 참극인데 누굴 탓하리오?

계절이 다시 오려면 아마도 긴 시간이 남아 있는데 지난 봄, 떠나지 못한 꽃샘바람이 잠시 할퀴고 간 것이라고 탓을 돌리면서 치사빤짝, 유치찬란한 방법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밖에요.ㅠㅠ

박태린(보은전통시장음악방송 DJ/청주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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