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북·산외 수해지역을 돌아보니…
내북·산외 수해지역을 돌아보니…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7.07.27 16:59
  • 호수 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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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대비하지 않은 인재도 있었다
▲ 산외면 달천의 모습이다. 하천 내 수목이 우거져 그만큼 물길을 막기 때문에 많은 빗물이 원활하게 소통되는데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 내북면 창리 창리2교의 모습이다. 아예 교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갈이 퇴적돼 있다. 강우량이 많은 호우시 하천이 범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월 16일 내북면 209㎜, 산외면 138㎜, 속리산면 94㎜에 달하는 비가 내리는 등 국지성 집중호우로 특히 내북면과 산외면 지역에서 큰 호우피해가 발생했다. 실종으로 인한 사망자 1명과 도로 및 하천제방유실 농경지 유실 농작물 매몰됐으며, 전봇대가 부러지고 상수도관이 파열돼 장시간 정전과 단수로 내북면 주민들의 고통을 겪었다.

수해가 발생한지 1주일이 지난 7월 24일 내북면과 산외면의 수해지역을 돌아보고 과연 천재만 있었는지, 장마철에 대비하지 않아 피해가 커지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보았다.

7월 24일에도 보은 36㎜, 속리산 43㎜, 장안 40㎜. 내북 67㎜, 산외 63㎜를 기록할 정도로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날 오후 2시 40분경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던 청주 연접지인 내북면 도원리에도 시간당 39㎜가 내렸다.

순식간에 도원천에 흙탕물로 불어나 하천 안에서 제방에 쌓을 자갈 등을 모으던 굴삭기도 작업을 중단하고 하천 밖으로 대피했다.

하천 물이 불어나는 것이 확인될 정도로 빗줄기가 거세지자 주민들은 또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밖으로 나와 불어나는 물을 확인하는 등 또다시 불안에 떨었다. 다행히 1시간여 만에 빗줄기는 약해졌고 공포에 떨었던 주민들도 그제야 안심했다.

보은군은 내북면과 산외면 등 수해피해 지역에 굴삭기 및 대형덤프트럭을 총동원, 응급복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기존 공사현장에 배치된 중장비들도 있어서 일부 지역은 관외에서 굴삭기 등이 동원될 정도였다.

수해피해 발생 1주일이 지나서인지 공공시설물은 거의 응급복구가 완료돼, 하천 물길을 잡고 무너진 논둑과 밭둑을 임시방편으로 만들어놓은 것이 확인됐다. 흙이나 자갈을 담은 포대로 제방을 만들었는가 하면 농경지를 휩쓴 모래와 자갈 등을 긁어모아 배수로 둑을 만들었다. 그러나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응급처방이어서 지난번과 같이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또다시 피해를 입을 상황이다.

수해피해지역을 다니면서 확인된 것은 천재이긴 하지만 미리 대비하지 않아 수해 규모를 키운 인재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폭 좁고 하상 높아 빗물 담아내기 어렵다

이번 국지성 호우로 가장 피해가 컸던 내북 도원천은 마을 뒤 모든 골짜기에 나오는 물을 담아내야 하지만 골짜기의 규모에 비해 하폭이 좁고 또한 하천 깊이도 낮다.

마을 입구에서 볼 때 도원리 골짜기는 크게 왼쪽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한자골, 명조골 저수지, 방아골, 수티골, 증골 등인데 골이 모두 길고 커서 호우시 쏟아지는 유수량이 엄청나다.  지난번과 같이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호우에는 여지없이 하천을 범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기타 골짜기와 마을의 빗물까지 받아내야 하는 도원천의 수해는 예고된 것이다.

주민들이 따르면 도원천은 하천이라기보다는 '봇도랑'이라 부르는 좁은 도랑에 불과했으나 지난 1980년 대수해를 겪으며 하폭을 지금과 같은 넓이로 넓힌 것이라고 했지만 이번 집중호우 피해를 겪으며 하폭이 좁다는 것을 보여줬다.

산외면 대원리 체메기와 고점에서 나오는 물을 담아내는 소하천도 좁고 얕기는 마찬가지다.

이곳도 소하천을 범람한 물로 인해 농경지를 휩쓸고 논둑도 유실돼 벼와 인삼밭을 쑥대밭이 됐다.

산외면 가고천 상류 임야와 연접한 곳은 하폭이 좁고 물길 구비가 상당해 물 흐름을 제동하는 구조다.

산외면 어온리 산제당 골의 물이 이제항(80) 할머니 집으로 쏟아져 마당과 마을 안길을 계곡으로 만든 도랑도 좁기는 마찬가지.

따라서 이번에 피해지에 대한 복구 계획을 수립할 때는 강수량 대비 및 골짜기 규모 등을 반영해 하폭을 산정하는 항구적인 계획이 요구됐다.

하천마다 토사와 자갈 수북 도원천 교량 다릿발 안보여

이번 수해피해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특성이 있다. 주택이나 안길, 도로, 들판에 쏟아진 빗물은 모두 하천으로 모이는데 엄청난 양을 한꺼번에 받아야 하는 하천은 금세 물이 불어 급기야 하천 범람으로 이어졌다.

물이 빠진 후 하천을 둘러보았다. 도원천은 하폭이 좁을 뿐만 아니라 하상도 토사와 자갈이 뒤덮여 아예 물을 담을 그릇이 작았다.

내북면 동산리와 창리를 잇는 창리2교는 다릿발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토사와 자갈더미에 묻혀있었다. 지난 내북면에 209㎜의 비가 내렸던 7월 16일 이 교량이 넘쳐 차량통행이 완전 통제됐었는데 퇴적된 토사와 자갈로 물이 흐를 그릇이 작아진 도원천의 유수소통이 지장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대원천 및 체미기와 고점에서 나오는 물을 받는 소하천도 하천내 퇴적물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였고 농경지 배수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재난당국의 수해 대비책이 안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가뭄에 대비해 저수지 등을 준설하기는 했지만 하천을 준설한 것은 보청천 중 이평보 위쪽에서부터 학림1리 다리까지 시행한 것이 고작이고 그것마저도 보은읍에 집중됐다.

하천 준설은 하폭이 넓은 보청천 은 물론 모든 충북도 관리 하천과 보은군이 관리하는 소하천 및 기타하천토사와 자갈을 준설함으로써 하천바닥을 낮춰 그만큼 빗물을 더 받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하천내 수목은 물 흐름 방해

재난은 예고되지 않기 때문에 준비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게 이번 호우피해를 겪으면서 또다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하천 내 수목도 마찬가지다. 이번 호우로 하천 내 수목이 뽑혀 물길을 가로막았거나 뽑히지는 않았더라도 하천내 수목들이 유수소통에 지장을 주는 곳이 많았다.

이번 호우가 집중됐던 속리산면에서 내북면 봉황리에 이르는 달천을 점검한 결과 하천내 수목이 많았다. 하천 수목을 제거하는 등 관리대책이 전혀 시행되지 않았음이 눈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군은 제방상부의 제초작업에는 신경을 쓰지만 정작 물 흐름에 지장을 주는 수목제거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충북도가 관리하는 큰 하천은 물론 소하천 등 유수소통에 지장을 주는 하천내 수목을 제거해 물흐름 방해를 받지 않도록 사전 정지 작업이 요구됐다.

하수도 준설하지 않고, 임야 빗물 받아내는 맨홀도 막혀

수해에 대비하지 않은 안일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6월이면 장마가기 시작된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알고 있다. 장마철 집중호우가 내리든, 내리지 않든 장마기게 접어들면 보은읍 하수도 준설이나 하수도맨홀 뚜껑을 열어놓고 농배수로 퇴적물을 제거하고 임야에서 내려오는 수로입구를 정비해 빗물이 물길로 제대로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이번에도 사전 대비에 실패했다.

임야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내는 수로 또한 막혀 제구실을 못한 것이 이번 호우로 드러났다.

폭이 좁고 얕은 하천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산외면 어온리 피해지는 임야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받아내는 수로가 막혀 있었다고 한다.

이같이 산에서 떠내려온 낙엽과 자갈, 토사 등으로 수로 입구가 막혀 있는 바람에 물길을 찾지 못한 산제당 골의 빗물이 이제항(80) 할머니 집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할머니 집 마당과 안길을 수로로 착각한 빗물이 급류로 쏟아지면서 산에서 자갈더미가 쓸려내려와 할머니 집 마당과 마을 안길이 계곡이 된 것은 좋은 사례다.

재난은 예고되지 않는다.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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