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2)
밤 (2)
  • 편집부
  • 승인 2017.06.22 11:04
  • 호수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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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초등학교 5학년, 10살의 소년이 썼다고 하기엔,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세밀하게 관찰해서 쓴 시다. 4연 20행으로 1연과 2연에서는 밤의 생김새와 자연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

견과류인 밤은 생밤으로도 먹고, 삶아서 또는 구어서도 먹는데 먹는 방법이 간편한 과실은 아니다. 껍질을 까는데 적잖은 품이 든다. 속살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은 잘 벗겨내지 않으면 아무리 맛 좋은 밤도 그 맛을 잃게 된다.

밤을 먹기까지의 과정을 오장환은 자연과 교감하는 장치로 사용하였다.

"벌어지가 털털이를//먹으면 털털하다네" 하였는데 직접 경험이나 느껴보지 않으면 그 맛을 정확히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밤'에서 힘주어 하고자 하는 말은 4연에 있다. 3연에서 밤 까는 일을 "까기는 서렵지만은" 으로 표현하였는데. 왜 힘들다고 하지 않고, 서럽다고 하였을까, 독자가 볼 때는 궁금한 부분이다.

당대의 대가족제도는 야박할 정도로 여성에게 강도 높은 노동과 헌신을 요구했다. 때때로 감당하기엔 힘이 부쳤을 가사노동은 펑펑 눈물을 쏟을 만큼 서러웠으리라. 시어머니와 며느리, 단어만으로도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독자는 충분히 느끼게 되는 장치가 된다. 

그러나 화자가 걱정스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던 며느리, 즉 어머니는 이불 속에서 호된 시집살이의 설움도 잊고는 '흥달다흥흥달고나'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른다. 잔뜩 긴장하고 걱정하였던 독자의 마음을 한 순간에 빵 터지게 한다.

'밤'이 실린 문집은 2015년 1월 '보은사람들'에 최초로 소개되었다. 문집이 발견되면서 '밤'이란 이 시 한편으로도 오장환의 천재성은 증명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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