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피어나는 김형수씨 가족(삼승원남)
웃음이 피어나는 김형수씨 가족(삼승원남)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7.06.22 10:57
  • 호수 3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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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가족이 밝히는 "행복한 가정이란…"
▲ 김형수씨 가족의 모습이다. 4대가 한지붕아래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린 손주들 덕분에 웃음꽃은 매일 만발한다.

1인 가구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2010년 422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23.9%였지만, 2015년에는 520만 가구로 100만 가구 이상 늘면서 구성비가 27.2%로 증가했다. 4가구 중 1가구가 1인가구 라는 통계인데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25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3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1인 가구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이같이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고장에서는 8명이 한 가족을 이루는 대가족이 있다. 8명의 가족, 4대가 한 지붕 아래 사는 삼승면 원남리 김형수씨 가정인데 창간 8주년을 맞은 본보는 이들 가정의 행복한 일상을 소개한다.

농업기술센터에 재직하며 영농기술을 지도하다 호기롭게 명예퇴직이란 문을 박차고 나온 김형수씨.

그의 가족은 1대인 부모 김영우(87)·전재성(80)씨, 2대인 김형수(57)씨 본인과 부인 이상숙(58)씨, 그리고 3대인 딸 부부 김용주(30)·이창규(36)씨, 그리고 4대인 외손주 이효경(4)·이효건(2), 이렇게 4대가 한 지붕 아래에서 한 솥밥을 먹는 식구들이다.

한 낮 기온이 32, 3도를 오르는 지난 6월 18일 일요일 오후. 뜨거워서 들일을 피하지 싶을 법 했지만 김형수씨는 전봇대처럼 큰 키를 자랑하는 사과나무 숲 사이를 둘러보며 미처 솎아내지 못한 사과 적과에 한창이었다. 함께 사는 사위는 뒷마당 전체에 그늘을 만들어줘 자주 삼겹살 파티를 하는 포도넝쿨을 정리하면서 포도알을 솎아내느라 전정가위를 쉴 새 없이 놀렸다. 부인 이상숙씨는 마늘 찧기 삼매경에 빠져있었고 딸 용주씨는 어린이들 세계의 대통령인 뽀로로를 보는 아들 효건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안방에서 낮잠을 자는 딸 효경이 깰까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효경, 효건의 노할아버지인 외증조 할아버지는 방에서 쉬고 계시고 외증조 할머니는 이웃으로 마실을 가셨다.

일요일 늦은 오후, 평화롭기 그지없는 그림을 펼쳐놓고 있는 김형수씨 가정의 대문을 노크했다. '똑똑'.

시부모에 백년손님까지 같이 살아도~

김형수씨 가정의 평화는 내부무장관인 맏며느리 이상숙씨의 내조 덕분이란 걸 대문 열고 들어가자마자 느껴졌다.

시부모 모시는 것도 모자라 백년손님 사위까지, 보통의 사람이 이런 가정의 얘기를 들으면 며느리이자 장모인 이상숙씨가 제일 힘들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긍정의 아이콘인 이상숙씨는 조금도 그런 불편함을 갖고 있지 않았다.

객지에서 지내다 보은으로 들어와 2007년 원남리에 집을 짓고 농장을 만들고 시부모와 함께 살던 이상숙씨도 시집을 간 딸이 분가하지 않고 사위와 함께 들어와 산다고 했을 때 좋기도 했지만 백년손님에 대한 부담스러움이 크게 다가왔다.

"우리 부부는 겉절이 하나, 나물 반찬 한 가지만 있어도 밥 한그릇 비우는데, 어른은 국물이 있어야 하고 사위 입맛에 맞는 반찬도 준비해야 하고 여간 신경쓰인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자다가도 새벽녘이면 아침은 뭘 끓여야 하나 하고 걱정을 했다는 이상숙씨는 한두 달 살고 그렇게 1, 2년 살다보니 식성도 다 알게 되고 좋아하는 거 한 두 개만 만들어 상을 차리니까 불편함이 없어졌고 서로 이해하니까 살림하기도 수월해졌다.

매사 긍정적인 이상숙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가족도 만만치 않은데 이번에는 옥천에 사시던 친정 부모님마저 큰 딸 옆에서 살겠다고 바로 옆동네인 원남 새동네로 이사를 오셨다. 그의 손길이 가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그래도 친정이나 시집이나 동기간 우애가 좋아 요즘 말로 번개팅도 자주하고 집은 늘 사람들로 북적대 치워야 할 것이 많이 생기지만 이상숙씨는 대가족 속에서 사는 것을 즐기니까 맏며느리, 장모, 맏딸 역할이 하나도 버겁지 않다.

그래도 가장 즐거움을 주는 것은 손주들. 외증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할버지, 할머니하고 부르고 아직 손녀가 애미 품이 아닌 하비, 할미 하며 같이 잔다는 이상숙씨는 "애들 때문에 웃을 일이 많아요. 노인들만 사는 집에 비하면 우리집은 사람사는 것 같아요."라며 또 웃는다.

배드민턴은 가족과 뗄 수 없는 인연

1대 노 할아버지 할머니를 빼놓고는 이들 가족은 모두 배드민턴을 즐긴다. 하다못해 4살이지만 이제 32개월 되는 손녀딸 효경까지  라켓을 잡는다. 보은클럽 회장, 연합회장까지 지낸 김형수씨와 부인 이상숙씨가 배드민턴을 친지는 30년이나 됐다. 딸 용주씨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를 따라 제 키 만한 라켓을 들고 체육관을 휘젓고 다녔는데 용주씨의 딸 효경양도 자신의 엄마처럼 체육관에 나간다. 김형수씨와 이상숙씨가 떼어놓고 나갈라치면 울면서 매달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1주일 중 거의 2일은 보은중학교 체육관으로 고고싱을 한다.

"우리 딸도 배드민턴으로 신랑감을 만났어요."

경남 거제시에서는 배드민턴을 아주 잘 치는 선수, 실력으로 치면 B급으로 전국 생활체육 동호클럽에서도 손꼽히던 사위 창규씨는 전국대회에 자주 출전하면서 역시 출중한 실력을 가진 신부감 용주씨를 만났다. 오랜기간 눈인사와 목례 정도만 하던 창규씨는 볼 때마다 웃는 표정의 용주씨의 모습에 반해버렸다.

"아내가 잘 웃어요.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혹시 나를 좋아하나 하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웃고 또 웃음이 맑아요. 보은에 와서 농사짓는 장인과 장모님을 보면서 가족이 참 행복하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내가 용주씨와 결혼을 하면 나도 잘 웃고 장인, 장모님처럼 나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거제시에서 사업을 하는 누나를 돕기 위해 대전 신탄진으로 왔다가 용주씨를 만나며 삼승면 원남 사람이 된 창규씨는 아내 용주씨에게 행복미소를 보냈다.

스포츠를 즐기는 김형수씨는 평소 자녀들에게 "배드민턴이든 볼링이든 나를 이기는 사람이면 결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 이유는 배드민턴이든, 볼링이든 자신은 구력도 오래되고, 실력도 빠지지 않기 때문에 코트에서 사윗감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성격 등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스포츠 경기를 하다보면 저 놈이 괜찮은지 그렇지 않은 놈인지 알 수 있어요. 스포츠는 상대를 배려하며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페어플레이 정신도 있어야 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힘든 고통을 참아내야 하고 도전정신도 있어야 하거든. 경기를 하면서 그것을 파악할 수 있지."

김형수씨의 마음에 단 번에 든 창규씨는 웃는 모습이 예쁜 용주씨와 결혼해 토끼같은 딸, 아들을 낳고 장인 김형수씨가 꾸려가는 행복한 가정을 하나하나 전수 받고 있는 중이다.

낮에는 사과나무 1천400그루를 가꾸면서도 는 고되다고 생각하지 않고 정원수를 가꾼다고 생각할 정도로 긍정적인 김형수·이상숙씨와 딸 용주씨와 사위 창규씨, 그리고 32개월된 손녀 효경 양, 손자 효건은 저녁에는 가족을 더욱 끈끈하게 하는 배드민턴을 즐기며 행복한 가정의 울타리를 견고하게 쌓고 있다.

모든 취미는 아내와 함께

김형수씨 가족들이 또 하나 즐기는 취미가 풍물이다. 그리고 부부 중 한 명만 즐기는 게 아니라 김형수·이상숙씨 부부가 함께 한다. 풍물도 부부가 함께 시작한 취미활동이다.

1997년 괴산군 지도소에서 보은군 지도소로 전입해왔을 때 풍물 연습하는데 한 번 가보자는 친구에게 설득당해 갔다가 장구채를 잡기 시작해 풍물 경력 20년의 역사를 쓰고 있다. 그 과정에 땅울림 회장만 9년을 보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땅울림 연습장에 나와서 풍물 연습을 하면서 없다고 생각했던 음감, 리듬감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는 김형수씨는 풍물을 하고 나면 신명나고 자꾸 빠지게 되고 하고 나면 뭔가 뿌듯한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풍물치는 엄마아빠의 영향을 받은 딸 용주씨도 중학교때 풍물반에서 활동했다. 웬만큼 풍물실력을 갖춘 용주씨는 사회에 나가서도 삼승면 풍물반에서 활동했다. 지금도 회원의 빈자리를 채워 대회에 나가기도 한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음감, 그리고 엄마로 부터 재능을 물려받았는지 32개월 짜리 효경양도 풍물에 관심을 보인다. 올해 삼승면한마음축제에는 복장까지 갖추고 어린이 장구를 메고 삼승면 풍물단과 함께 무대에 올라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앙증맞은 효경양에게서 대를 이은 풍물단원의 모습이 엿보였다.

"우리 사위도 음악적 소질은 있는 것 같은데 아직 풍물의 세계에 합류하지 않았다"는 장인 김형수씨의 은근한 압력을 받은 창규씨는 "아 그렇잖아도 내년쯤 배울 계획입니다"라고 얼른 답한다.

이 대답을 듣고 언뜻 떠오른 그림은 가족 풍물단. 앞으로 4년 정도 남은 김형수씨 회갑잔치에서 가족들이 흥겨운 우리가락을 선사하는 모습이었다. 사위 창규씨가 얼른 합류해 연습을 하면 4년 뒤 가족 풍물단의 공연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운동도 같이 하고 악기도 같이 다루면서 행복이 샘물처럼 솟을 것 같은 기운도 느껴진다.

진인사대천명하며 평범한 사람이길 원해요

서로가 상승기운을 받는 이들 가족은 뭐든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바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고 오로지 1등만을 추구하는 경쟁의식을 갖지 않는다.

김형수씨는 "운동을 오래했지만 한 번도 안다쳤다. 그 이유가 승부욕을 갖기 보다는 재미있게 운동을 하려고 하고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닌 즐기려고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김형수씨와 이상숙씨는 부모님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자식들도 건강하고  손주들도 너무 공부를 잘하려고 하지 말고 소신은 갖고 있되, 튀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뒤처지지 않으면서 보통 사람으로 살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노 할아버지와 노 할머니도 "우리는 자손들 덕분에 즐겁게 살아. 얼마나 고마워. 그래서 자손들 모두 건강하기만 바라지."라고 맑은 미소를 지으신다.

딸 용주씨도 지금처럼만 살면 좋겠다고 한다. 사위 창규씨도 "지금처럼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게 꿈이예요. 그런데 지금처럼이란 말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서로 돌봐주고, 감싸주고, 배려해야 가능한 것이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살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사위 창규씨는 시골살이에 대한 철학도 뚜렷하다. 지금은 KT에 다니는데 막연하게 노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장인어른이 농사짓는 것을 보면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것을 발견한다.

“장인의 농사철학을 배우면서 같이 하면 노후뿐만 아니라 가정도 일궈나가면서 제 삶도 행복함을 느낄 것 같아서 시골에 살고 있고 그래서 힘들지 않아요."

창규씨의 이런 철학의 바탕에는 장인 김형수씨의 삶의 철학이 녹아있다.

서양의 숲속에 온 것처럼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사과나무 1천400주를 마치 분재 1천400 그루 키운다는 생각으로 일한다는 김형수씨는 사과를 잘 키워 소득도 올려야겠지만 이쁘게 키우고 남들이 구경을 오면 그들에게도 기술을 알려줘 사과재배 농민들이 고르게 같이 잘살기를 바라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 17명밖에 안되는 사과 마이스터 김형수씨와 부인 이상숙씨는 손녀와 함께 메타세쿼이아처럼 하늘 높이 큰 사과나무 숲속을 거닐며 자손들이 살아갈 세상은 각박하지 않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마음이 좀더 여유로워지길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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