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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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06.01 10:53
  • 호수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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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사계절

얼마 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본 도서관·서점·미술관 기행을 다녀왔다. 그 중 하루를 숲 속에 있는 모리노우치 그림책 미술관에서 묵었다. 간호사로 일하던 관장님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그림책 미술관을 짓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였다는데, 미술관 적자를 메우려 카페와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웨딩공간으로 대관을 한다고 한다. 그림책과 함께 하는 숲 속 결혼식이라니! 지금까지 800쌍 정도 모리노우치에서 결혼 했고, 그 중 반 정도가 아이 낳고 같이 찾아왔다고 한다.

부부가 될 두 사람이 예약을 위해 찾아오면 두 사람의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한 권 골라오라고 한단다. 그러면 결혼식날 그 그림책 면지에 성혼 선언문이나 결혼 서약서 같은 서류가 붙어 있고, 그 그림책을 읽어주며 결혼식을 진행한다고 한다.

마침 우리 일행이 갔던 다음날도 결혼식이 있다며 내일의 테마 도서인 밥딜런의 노래 'Forever young'으로 만든 그림책(우리나라말로 번역된 그림책은 못 찾았다)을 읽어주셨다.

그림책 결혼식까지 실현할 수는 없었지만 대신 나는 <두사람><첫번째질문><백만번산고양이><사랑에빠진개구리><나는나는정말정말어여쁜가봐> 등의 그림책을 들고 웨딩촬영을 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들. 그 중에서 철학적인 주제를 시각화하는데 천재적인, 심오한 그림책의 세계로 발을 들이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하는, 발음하기 어렵고 길어서 '이보나' 라고 우리나라 사람처럼 부르고 싶게 만드는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 <두사람>은 '함께하는 두 사람이면 누구나' 꼭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림책이다. 뒤표지에 쓰인대로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어떤 두 사람 이야기이다. 그 두 사람은 엄마와 딸일 수도 있고, 형제일 수도 있고, 남매일 수도 있고, 친한 친구일 수도, 남편과 아내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여성자켓과 남성자켓 반쪽이 웃고 있는 표정과 울고 있는 표정의 단추 두 개로 끼워져 있는 그림과 함께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쉽고 함께여서 더 어렵습니다'로 시작해서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어렵고 함께여서 더 쉽습니다'로 끝나는 그림책이다.

두 사람은 나란히 있는 창문처럼 똑같은 것을 보지만 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는 페이지나, 두 개의 시계처럼 같은 시간을 견뎌 가지만 아날로그 시계는 가끔 빠르거나 늦기도 하고, 절대로 틀리지 않는 디지털 시계지만 배터리가 떨어진다고 비유해 둔 책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관계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과 그 내용을 표현한 그림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을 깊게 읽고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여 더 좋은 관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두 사람이 '함께여서 더 쉬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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