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향토음식 '속리토속음식점'
슬로푸드 향토음식 '속리토속음식점'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03.02 12:38
  • 호수 3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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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 정성들여 만든 음식은 손님이 남기지 않아요
▲ 속리산토속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순씨.

편하고 흔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와 달리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숙성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슬로푸드 음식점을 소개한다.

아름다운 속리산 아래에서 '속리토속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순씨.

시어머니가 20년동안 하던 칼국수 분식점을 이어받아 야생버섯과 산채 위주로 새롭게 문을 열고 25년째 고집스러운(?) 한정식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슬로푸드의 참맛

"모든 장은 직접 담궈 손님들께 대접하죠. 많은 가게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특별한 자랑거리도 아닌데..." 겸손한 말로 이경순씨는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속리토속음식점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제철음식을 오랜기간 정성들여 준비하는 것에 있다.

쑥이나 들깨, 참가죽나무 순을 따서 햇볕에 말려 전통부각을 만드는 것을 기본. 봄이면 뽕잎을 시작으로 가시오가피, 엄나무잎을 따서 말리는 것은 남편 김용태씨 몫이 된지 오래이다.

"늘상 접하는 시금치나 상추, 배추보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산채나물은 손님들께 색다른 맛과 향을 느끼게 하죠"

남편의 또다른 땀방울로 고객들은 싸리버섯부터 오이꽃버섯, 송이와 능이 등 제대로 된 산버섯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이경순씨가 직접 담은 된장과 고추장, 간장은 각종 요리에 조미됨으로써 그 맛과 향을 더한다.

"우리 가게는 나이드신 분들이 많아요. 젊은세대들은 아무래도 조선간장보다는 달큰한 외간장을, 고추장이나 된장도 달달한 맛이 있는 산 것을 좋아하잖아요"

25년동안 변함없는 음식대접에 속리산 관광객 중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오로지 이경순씨의 손맛을 보기 위해 일부러 발걸음을 하는 고객도 생겼다.

"정성들여 만든 음식으로 기쁨을 줄 때가 가장 보람있죠. 또 그런분들이 오시면 예전보다 맛이 떨어졌으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더 정성을 들여요"

같은 식재료라 하더라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음식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성과 '손님이 남김없이 드시도록'이라는 신념이 오늘에 이르도록 했다.

#화재의 어려움을 딛고...

1995년 시골에 내려온지 얼마 되지 않아 속리산 오동연립주택에 화재가 나 5칸 연립주택과 가게가 전소되는 시련을 겪었다.

"신발만 신고 목숨만 부지했죠"

당시 그녀는 시부모를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모든 재산을 잃고 화재보험은 커녕 화재원인 제공자도 모든 재산을 잃은 것은 마찬가지여서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도 없었다.

"포장마차를 했어요"

김밥과 어묵을 팔면서 새벽 4시까지 꼬박 일해야 했다.

"큰 아이가 지금도 어묵을 안먹어요"

아이들이 먹으면 팔 음식이 모자라 그녀는 야단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어묵을 급히 먹다가 엄마에게 혼나는 바람에 호되게 체했던 아이는 지금도 그때 기억 때문에 어묵을 못먹는다는 것.

"지금 백화점에 가보면 아이들 신발이며 옷, 장난감이 너무 예뻐요. 돈이 있어도 아이들에게 사줄 수 있는 시간이 지나버린게 마음 아프죠"

포장마차 일년 후 지금의 가게를 다시 짓고 가게문을 열어 성공적인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 부부는 긍정적인 성격을 지녔어요. 또한 어떤 시련이라도 각자의 몫은 스스로 견디죠. 정 힘들 때는 도와달라 부탁하며 서로 의지하면서 지금까지 왔어요"

그러한 신뢰는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느껴지고 음식맛으로도 연결돼 '서울에 체인점을 열어주겠다'는 제안도 많았다.

그러나 답답한 서울살이보다는 자연을 느끼며 욕심없이 사는 삶이 좋아 부부는 오늘도 속리산 자락을 지키고 있다.

"속리산 어르신들은 대부분 90이 넘을 정도로 장수하죠. 또한 노는 사람을 볼 수 없어요. 나물이며 찬거리를 다듬고 준비하는 것은 어르신들 몫이죠. 일과 자연이 건강하게 하나봐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미소가 해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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