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는 이미 불필요해졌다
대학교는 이미 불필요해졌다
  • 편집부
  • 승인 2016.10.27 10:59
  • 호수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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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 시험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이제부터는 공부를 하기 보단 지금까지 풀었던 문제들 중 틀린 문제들을 들춰보면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내가 수능을 보던 때가 벌써 10년도 더 지났다. 2003년 수능을 보러 가는 길에 문득 그런 질문을 던졌었다. '난 대학에 왜 가지?'. 그리고 지금에 와서 그 질문은 진화하여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가 되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식권력으로서의 대학교는 붕괴되기 시작했고, 지금에 와서는 대학교의 필요성마저도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10년 사이 기술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빠르게 발달하였다. 배우는 것을 게을리 하였다면 지금에 와서는 대화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급속한 발전을 일컬어 '산업혁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번 산업혁명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한다.

1784년 영국에서 증기기관의 개발과 이를 응용한 기계화를 우리는 '1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이어서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의 시대를 '2차 산업혁명'이라 부르고, 1969년 인터넷 및 컴퓨터 정보화 시스템의 개발은 '3차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수익을 내는 '경제구조'이다. 산업혁명과 더불어서 우리는 '농업경제'에서 '공업경제'로, '공업경제'에서 '지식경제'로, 그리고 지금은 '지식경제'에서 '창조경제'로 바뀌어가는 중이다.

경제구조의 대변혁이 일어나는 과도기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이전의 지식층들은 철저하게 배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학벌파괴현상'이 나타난 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 관직 즉 공무원이 되기 위해 유학이나 사서삼경을 공부하던 사람들이 산업혁명의 거친 파도와 함께 사라져버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기성세대가 흔히 듣던 '기술이나 배워라'라는 이야기는 지식경제와 창조경제가 본격화되면서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이렇게 일생동안 쌓아온 우리들의 지식이 불필요해졌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산업혁명'이라는 것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새로운 직업들이 마구 쏟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새로운 직업이 생긴다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이 필요한 것이지, 그 사람의 지식수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도기에는 새로운 직업군에 대한 엄청난 인적자원을 필요로 하지만 충분한 인적자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과도기에 필요한 지식은 누군가의 가르침을 통한 '학문적 지식'이 아닌 스스로 경험하며 쌓아온 '경험적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습득'이 아닌 '체득'을 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분명 우리나라는 다양성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뛰어나지만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이것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 이외의 '다른 지식'을 인정해주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창조경제'에서의 '창조'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창조'의 사전적 의미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냄'을 뜻한다. 하지만 '창조경제'에서의 '창조'는 '유와 유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유의 발견'인 것이다. 완전한 '무'상태에서 '유'가 되는 것은 인류의 역사를 아무리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다. 불은 이미 있었지만 피우는 법을 몰랐던 것과 같은 이치이다.

'창조경제'에서 필요한 '창조적 인재'가 되려면 '다른 지식'이 풍부해야 하고 이를 융·복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때문에 대학을 벗어난 젊은이들의 성공사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이렇게 대학은 점점 더 불필요해져 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라도 세상을 더 폭 넓고 다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백승현 시민기자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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