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이 이야기Ⅱ
고산이 이야기Ⅱ
  • 편집부
  • 승인 2016.10.20 11:13
  • 호수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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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고산이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순하기도 하지만 어찌나 겁이 많은지 수탉을 보고 제대로 짖어보지도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하고 수닭이 목깃을 세우고 쳐다만 보아도 기겁을 하고 어느 때는 닭이 날개짓을 하며 날아 발길질을 하면 두 눈을 질끈 감고 엎드려 피하며 드러눕는 모습이 어찌나 우스운지 어미 아비가 진돗개와 사냥개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어느새 성년의 개가 된 고산이는 조금씩 수탉을 향해 짖어대며 대들기는 했지만 쉽게 수탉의 기세를 누르기는 어려웠다.

차츰차츰 자신감을 되찾은 고산이는 수탉을 향해 짖어대며 수탉의 공격을 정면 승부하면서 수탉의 지나친 자신감과 오만이 오히려 화를 자초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수탉을 닭장에서 풀어놓지 않게 되었다. 가끔 고산이 목줄이 풀리는 날이 있었다.

어느 날은 어찌된 것인지 닭장 안의 수탉과 싸우려고 했는지 닭장 철망을 마구 물어뜯어 놓았었다. 그 이후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수탉이 죽었다는 비보가 날아왔다.

어쩌다가 닭장문이 열리면서 수탉이 닭장을 나와 고산이에게 덤비다가 그만 처절한 최후를 맞이하였다는 것이다. 고산이는 그렇게 어릴 때부터 먹이를 빼앗고 자신을 괴롭혀온 앙숙에게 복수를 할 수 있었고 우리들에게는 맛있는 닭고기를 선물해 주었다.

2016.10.05. 수요일.

이상제 시민기자(보은 종곡)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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