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를 통한 책과 친해지기 보은도서관이 변하고 있다
놀이를 통한 책과 친해지기 보은도서관이 변하고 있다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6.10.06 11:43
  • 호수 3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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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을 옆에 끼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질 것 같은 가을이 한창이다.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책이 친구처럼 편안하게 다가오도록 도와주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도서관 사람들이다. 보은도서관은 책읽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외에도 많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한 활동들이 책과 우리의 삶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음을 말해주고 있으나, 우리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바쁜 오늘을 살고 있다. 도서관을 탐방해봄으로써 여유로움이 있는 가을로 물들여가길 기대해본다.

►보은에서 유일한 아이와 엄마를 위한 공간

공공기관 중 예산규모가 작고 예산운용의 폭이 좁은 곳 중 하나가 도서관이다.

작은 예로 도서관 업무추진비는 매월 1만원에서 많아야 5만원 정도의 규모.

그것도 강의를 위한 식음료비나 첫강연을 마친 강사의 식사비 정도가 고작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도서관 예산상황을 짐작케 한다.

그럼에도 보은도서관은 3년전 엄마들과 아이들을 위한 공간, 유아열람실을 마련했다.

도서관 1층에 위치한 유아열람실은 갖가지 책으로 벽면을 채워가고 있으며, 수유실과 조용히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분리돼 있어 엄마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된 공간이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나 그동안 도서관을 유아열람실을 별도로 꾸미지 못했다.

도서관을 통해 마음이 부자가 된 엄마들이 자원봉사활동으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유아열람실을 관리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아열람실을 어떻게 활성화시킬지 고민이죠"

올 3월에 보은도서관으로 새롭게 발령받은 이송현 사서의 고민 중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는 부분이란다.

유아열람실을 산뜻하게 꾸며보고자 했으나 예산이 없어 고심하던 중, 도서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초등학생과 부모 대상 여름방학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던 이야기담요와 작품들로 유아실을 새롭게 단장했어요"

이야기담요는 아이들과 엄마들이 좋아하는 동화책을 그림으로 그려 하나의 담요로 이어붙여 알록달록 예쁜 담요로 탄생됐다.

또한 바닥부터 천장까지 한걸음 한걸음씩 읽는 동화책이 꾸며져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과 깊이 있는 사고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외에도 매주 화요일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는 동화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유아열람실은 엄마들과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육아정보를 주고받고,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도 활용되면서 도서대여도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변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보은의 모습 중 하나는 청소년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것.

도서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소년 전용공간이라고 해봐야 아동도서실이 유일하다.

3층에 있는 일반열람실은 시험기간 중이나 방학 때 학생들이 많이 이용한다.

공부하다 지친 아이들은 휴게실에서 쉬기도 하고 간식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휴게실은 비좁고 낡은 가구, 한번도 페인트칠을 한적이 없는 듯 낙서로 가득찬 벽으로 휴게실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보은도서관 사정을 알게 된 '두드림문화센터'는 재능기부를 통해 청소년들과 함께 어린왕자 동화책으로 벽화를 그려 새롭게 단장했다.

또한 보은도서관은 청소년들을 위한 주말프로그램을 색다른 내용과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세계의 역사수업을 역동적으로 체험하면서 진행하는가 하면, 8도의 음식과 풍물을 배우는 요리수업, 로봇읽기 등으로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주말에 도서관이 아이들 목소리로 가득 채워지는 것은 올해 커다란 변화이다.

이외에도 청소년들의 독서문화를 위해 학교를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인기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고 후속프로그램으로 체험형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해 초·중·고 학생들이 책과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도서관 활동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전래놀이지도사(2급) 자격증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작가와 함께 동시일기'는 이묘신 동시·동화작가가 직접 강의한다.  또한 '책속심리학읽기'는 특강식으로 진행되는 독서치료과정이다.

이외에도 기존에 계속해오던 '산수화', '손글씨 캘리그라피' 강좌도 지속적으로 연다.

안의상 관장은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줄 계획입니다. 기관단체와 연계하고 지역밀착형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새로운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할 생각입니다"라며 포부를 밝히기도 한다.

얼마전 보은도서관은 충북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북패스티벌'에 함께 했다.

정이품송 나무그림을 활용해 체험을 진행해 보은 속리산과 정이품송을 홍보하기도 했다.

"충북의 아이들조차 정이품송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더라구요. 200명은 확실히 알게 했으니 이후 엄마, 아빠를 졸라 보은에 방문하게 되겠죠?"라며 자랑하듯 이송현 사서는 얘기한다.

또한 얼마전에는 학교도서관 활동가 양성교육을 통해 엄마들이 단련됐다.

2주간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엄마들은 지난 9월에 초등학생들과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책읽어주기 활동도 전개했다.

이렇듯 보은도서관은 예산타령으로 허세월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과 적극적인 공모사업을 통해 도서관활성화를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책과 친해지는 게 중요해요. 책은 어렵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놀이와 접목할 수 있고 아이들이 깊이 있는 사고력과 무한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죠"라며 독서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보은도서관은 오래된 낡은 건물로 초라하지만 직원들은 주민들 삶속에 보다 깊이 들어가기 위해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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