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과 관광도시
붕어빵과 관광도시
  • 편집부
  • 승인 2016.08.18 00:19
  • 호수 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일 뜨거운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래야 여름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더워도 너무 덥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 갑자기 붕어빵이 생각났다.

붕어빵은 우리들에게 아주 익숙한 '대중음식'이다.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같이 더운 여름보단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붕어빵엔 붕어가 들어있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붕어빵이라고 부른다. 단지 모양이 붕어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현재 많은 지역에서 관광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무래도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고, 파급효과가 뛰어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6차 산업'이라는 말이 나오고 나서는 더욱 그러하다. '6차 산업'은 간단히 이렇다. 농업기반의 '1차 산업'과 공업기반의 '2차 산업', 그리고 서비스기반의 '3차 산업'을 한데 묶어 '1차 × 2차 × 3차 ^ 6차'. 그래서 6차 산업인 것이다.

'3차 산업'의 대표적인 사업 아이템은 단연 '관광산업'이다. 관광산업은 특히나 보은과 같은 농업 사회에서,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힐링', '휴식', '가족', '캠핑' 등과 같은 키워드들을 등에 업고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산업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속리산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보은 또한 관광도시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보은이 관광도시라는 것은 마치 '붕어빵'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보은은 '속리산' 이라는 관광도시의 형태는 갖추고 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속리산'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관광도시를 지향하고, 관광도시가 되고 싶어하고 있으나, 정작 보은 관광의 핵심이 될 수 있는 '킬러 콘텐츠'의 부재는 너무나도 크게 와 닿는다.

최근 충북 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차세대 문화예술 기획자 양성 아카데미'에서 강원도 문화재단을 통해 강원도 곳곳의 관광 중심지를 찾아가보았다. 묵호항의 화려했던 과거가 벽화로 그려져 있는 '논골담길', 커피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8년간 커피축제를 운영하며 예술가들이 찾아와 그곳에서의 영감을 토대로 제작한 작품을 전시하는 카페 '봉봉방앗간', 공민왕이 직접 현판 글씨를 썼고 일제시대 때 강제 철거가 이루어질 당시 누군가가 현판을 챙겨가 지키고 있다하 해방이 된 뒤 다시 걸었다는 '임영관 관아작은도서관'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관광객들로 하여금 그곳을 찾아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보은에도 '속리산', '삼년산성', '동학농민운동', '99칸 선병국 가옥' 등 우리들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자원들이 아주 오랜 옛날부터 보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자원들에 얽힌 이야기 또한 셀 수 없다. 왕이 가는 길을 막을 정도로 늘어진 오래된 소나무가 임금님 행차라는 말을 듣고 가지를 들어올렸다는 '정이품송', 임경업 장군이 무예를 익히고 맨손으로 바위를 세웠다는 '경업대', 우리나라 최초의 산성이자 삼국사기에 유일하게 기록되어 있는 1600년이나 된 '삼년산성' 등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 또한 강원도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관광도시로 발돋움을 하기 위해 많은 도시들이 많은 투자를 하며 설비를 증축하고, 시설을 개보수하며 하드웨어 기반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차별화 전략의 첫 번째이고, 관광객이 관광지를 찾는 첫 번째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붕어빵엔 붕어가 없어도 되지만, 관광도시엔 콘텐츠가 생명이다.

백승현 시민기자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