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은 농업을 위한 것이지,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보조금은 농업을 위한 것이지,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0.04.22 10:20
  • 호수 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0년대 중반 외국농산물 수입이 확대되면서 생명산업인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농촌에 보조금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보조금 병폐가 파생됐다.

보조금 혜택이 전체 농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권력과 가깝게 지내는 일부 농민들에게 집중되었으며, 생명산업을 지키고 농업생산력 확충을 위한 보조금이 농민의 치부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제는 농업보조금에 대한 올바른 목소리는 농민을 적대시하는 언행으로 비쳐질 뿐이고, 실정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농민을 죽이는 수사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보조금이 공익상·시책상 필요에 따라 재정상의 원조를 하기 위하여 교부하는 자금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농업보조금은 정부 및 지자체의 시책에 따라 국민 먹거리와 직결된 생명산업인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차원에서 교부되는 자금이지, 농민 개인을 위해 수백~수억원의 시설이나 장비를 지원받아 개인적으로 치부하라고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보조금 지급의 전제조건은 반드시 준수되어야 하고, 이를 어겼을 때는 공익에 반한 행위로 당연히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지난 20일 보은경찰의 대추비가림시설 수사발표를 보면 농민 94명 중 현직 군의원, 이장, 군 출자회사 임원, 공무원, 그리고 각 읍면에서 목소리를 내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위치를 감안하면 '농민이 무슨 돈이 있고 힘이 있느냐?'는 변명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에 지나지 않는다.

이날 입건된 농민들은 어렵고 힘들게 농사짓는 주변의 농민들을 무슨 낯으로 대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불어 군수의 역점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농민들과 시공업자들을 사실상 실정법을 위반하도록 방조한 보은군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부실시공에 대한 군의회의 지적이 있었고, 적정시공비에 대한 시공업자들의 이의제기도 있었고, 정산이 되지도 않았음에도 정산서류를 제출해달라고 종용을 하였고, 부실시공을 알면서도 준공검사를 해준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사건에서 형사책임은 담당자인 8급 공무원 혼자 모든 책임을 지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담당자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담당과 과장이 이런 내막을 사전에 알았다면 함께 사법처리 되어야 할 것이며, 이런 사실을 몰랐고, 현장에도 한번 나가보지 않고, 담당자 혼자서 50억원의 사업비와 101곳의 준공검사를 처리토록 했다면 내부 행정책임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조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잘못된 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라며, 또한 군은 무분별한 예산남용을 막고 선량한 제3자에게 돌아가야 할 보조금 수혜기회가 박탈되는 일이 없도록 보조금 집행·정산시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