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을 제거하는 사회
독버섯을 제거하는 사회
  • 편집부
  • 승인 2016.06.02 10:38
  • 호수 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지켜야 하는 법(法)이 있다. 법에 앞서 사람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와 규범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윤리(倫理)라고 한다.

사육되어 출산만 하다 매장되는 강아지, 그 사육장은 공장의 시스템에 가깝고 사육장 주인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태도다. 그렇게 비윤리적으로 사육되어 태어난 강아지는 경매장에서 팔려나간다.

금강송 전문 사진작가로 유명한 장국현 씨가 있다. 2011년부터 3년간 울진군의 금강송 군락지에서 자신이 원하는 구도로 사진을 찍으려고 200년이 넘은 금강송 20여 그루를 베었다. 그는 벌금형을 받았지만 지난 4월 예술의 전당에서 '천하 걸작 한국 영송전'이란 사진전을 열었다.

가수이자 화가로 유명한 조영남 씨가 있다. '화투' 그림으로 유명해진 화가는 타인이 그린 그림을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현대미술에서는 조수를 두고 작업을 하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많은 창작자에게 분노를 느끼게 했다. 또 TV에 나와서는 자신의 그림이 '절규'로 유명한 뭉크의 작품에 견주어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베스트셀러작가 신경숙 씨가 있다. '어머니를 부탁해'라는 소설로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자신의 소설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많은 전문가가 표절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표절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적 표절이 아니다'라고만 했다.

우리는 이 같은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TV 고발 프로그램에서는 투견과 불법으로 도살당하는 개, 국회의원의 논문 표절, 교수들의 타인의 전공서적에 자신의 이름을 저자로 올려 표지만 바꿔서 출판하거나, 강매하고, 드라마, 영화, 음악 등 표절 의혹을 숱하게 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관례, 관행, 몰랐다, 아니다라는 말로 개인이 가지는 양심과 윤리는 뒤로 숨긴 채 이런저런 핑계와 본인의 잘못보다 사회의 탓으로 돌리고 변명만 늘어놓는다. 사회를 우습게 보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세월호 사건 등 우리는 비윤리적 행동으로 인해 많은 생명을 잃었고, 아직도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사람이나 기업 등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이 윤리적으로 생활하며,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몇몇 사람과 기업들이 권력과 이익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윤리적 행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그 순간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는 한다.

이 같은 사례들을 단지 각자 개인의 일로 봐서는 안 된다, 개 사육장은 개 경매장이라는 곳, 사진전을 열어준 예술의 전당, 화가의 소속사, 작가의 책을 낸 출판사, 국회의원의 국회와 뽑아준 지역주민, 대학교와 학생, 다국적 기업과 관할 부처 등 여러 곳의 묵인 속에서 자라난 독버섯이다. 그 독버섯을 먹지 않아야 하는 건 오로지 우리들의 몫이 되어버린 걸까?

우리 사회는 점점 비윤리적 상황을 '또 그렇지 뭐.' '나는 괜찮아.' 이런 생각으로 자신에게 보호막을 치고, 나에게만 피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그 독버섯을 뽑아내고 그 독버섯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을 위로하고 그 원인제공자에게 책임을 끝까지 묻는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노 정 옥

마로 소여 / 동화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