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上善若水)
상선약수(上善若水)
  • 편집부
  • 승인 2016.04.28 12:08
  • 호수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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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산수유와 목련이 다녀간 길을 벚꽃이 화사하게 뒤 따라가더니 이제 철쭉과 영산홍이 다시 그 뒤를 따릅니다. 모든 나무들이 새 잎을 펼치니 산은 나날이 그 표정이 바뀝니다. 푸른 하늘 위로 흰 구름이 흐르고 하늘 아래 산자락엔 연록색 구름이 번지니 두 구름을 쫓는 눈길이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곡우(穀雨)날 때맞추어 내린 풍족한 비는 저수지를 가득 채우고 시냇물은 모처럼 노래를 부릅니다.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며 생명의 빛이 넘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를 구성할 총선이 끝난 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여소야대의 총선 결과는 '민의'라는 단어에 참으로 많은 의미가 담겨있음을 보여줍니다. 여당에는 회초리의 의미로 야당에는 풀어야 할 숙제라는 분석이 대체적입니다. 회초리와 숙제는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를 연상시킵니다. 교육의 장에서 학생과 선생님은 둘 다 주체적 요소입니다. 권위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우리의 풍토에서는 그동안 선생님의 역할이 더 크게 부각되어 왔습니다.

정치의 영역에서 정치인은 선생님으로 국민은 학생으로 간주되어 왔고 회초리와 숙제는 모두 학생의 몫이었습니다. 모든 정치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조차도 정치가 국민위에 군림하는 것을 방관내지는 묵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번 4, 13총선은 단 한 방에 그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이제 국민은 회초리와 숙제로 정치를 단련시킵니다. "정권은 민의라는 물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여차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라는 말을 여당은 물론 야당도 뼛속깊이 새겨야 합니다. 오랜 민주주의의 역사가 이를 증명해왔고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의 결과도 역시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잠깐 눈길을 보은군으로 돌려볼까요, 보은군의 경우에는 후보자와 적극적인 지지자들에게는 미안한 표현이지만 선거판도, 그 결과도 밋밋했다고 생각됩니다. 괴산군이 선거구에 포함되는 변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년 전과 똑같은 구도에서 똑같은 인물들이 경쟁했기 때문입니다.

선거구는 4개 군으로 구성된 초대형 선거구이지만 정치신인이 등장하기에는 그 풍토가 너무 굳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의 경우 농업, 농민과 직결되어 있는 정책을 제시한 다양한 정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에 몰표가 몰린 것은 변화를 추구하는 전국적 흐름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좀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며칠 전 TV 뉴스에서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 원내 대표들이 앞으로 시원한 정치를 운영하자는 뜻에서 냉면집에서 회동을 했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새누리당 원내 대표가 비빔냉면을 주문하자 이 번 총선에서 '물'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는 야당 참석자의 농담에 박장대소를 터트렸습니다. '물 먹었어'라는 표현의 물은 이렇게 부정적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하지만 "뛰어난 선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의 물은 그 의미가 높고도 큽니다.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농수로에 물 내려가는 소리가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습니다. 논에 물을 대어 못자리를 설치하는 농부의 마음이 총선 결과에 대한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한 정치인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봄날 노자의 도덕경 8장을 함께 읽으며 오늘은 여기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뛰어난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으며 뭇 사람들이 기피하는 낮은 곳에 자리한다. 그런 까닭에 도(道)에 가깝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모쪼록 20대 국회가 민생을 위해 상선약수의 '물'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최 규 인

보은장신 / 보은향토문화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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