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民心)과 천심(天心)
민심(民心)과 천심(天心)
  • 편집부
  • 승인 2016.03.31 11:51
  • 호수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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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운이 자라고 있습니다. 노란 산수유 꽃이 햇빛 속에서 환하게 미소를 보내고 지난 가을 추수 이후 긴 잠을 자던 대지는 부지런한 농부에 의해 부스스 잠에서 깨어납니다. 쟁기질이 막 끝난 논과 밭에서 풍겨오는 흙냄새는 말 그대로 생명의 냄새이고 그 촉감은 바로 어머니의 느낌입니다. 이제 농부는 바야흐로 '천하대본'의 대업을 실행할 시기입니다.

농사가 생활 그 자체였을 때는 농부들은 이맘때가 바쁘면서도 즐거웠습니다, 왜냐하면 파종은 곧 희망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농사가 생활을 꾸리는 수단 즉 농업이 된 지금은 농부들에게 가장 많은 고뇌가 따르는 시기가 바로 요즘입니다. '어떤 작목을 심어야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모든 농산물이 환금성으로 평가 받는 이 시대에 농사는 과정 자체가 길어 농민들은 필요한 시기에 현금을 제대로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보다 농업생산성이 월등히 높은 나라들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은 애써 농사지은 우리 농산물의 환금성을 현저히 약화시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농사일은 그 자체가 중노동입니다. 중노동을 하면서도 생활에 필요한 돈을 그때그때 마련하기도 어렵고 또 수입농산물에 의해 가격조차 유린당하니 농사를 생업으로 삼는 농민의 삶이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농현상은 계속되고 농촌은 피폐되어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하여 마침내는 농촌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농촌이 붕괴 위기에 처한 것이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 농민들만의 책임이라면 농촌에 사는 주민으로서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국가의 근간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 근시안적이고 임기응변식의 졸속한 농업정책의 결과라면 대응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농민들이 집단적으로 정부의 농업정책을 비판하면서 적극적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농민들의 심성이 투쟁과는 거리가 멀고 농업의 속성상 한 사업장에서 공동 작업을 하지 않는 탓에 연대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농민들은 정부의 농업정책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면서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오로지 자기 못난 탓으로 돌리며 체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 농업이 못난 사람들이 종사하는 하찮은 일입니까. 세계역사를 훑어보면 농업을 중시하지 않은 문명이나 국가가 융성한 예가 없습니다. 21세기 선진국가중에서도 우리 대한민국처럼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는 없습니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 더군다나 남북이 대치하면서 늘 전쟁위험에 시달리는 국가가 이렇게 낮은 식량자급률을 한가롭게 유지하는 것이 불가사의할 정도입니다.

식량주권이나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현재의 농업정책은 바뀌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균형발전과 환경보전, 농촌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소농위주의 농촌 재건 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농업의 가치를 전 국민적으로 인정하여 20대 국회에서 농촌,농업,농민을 살리는 이를테면 '3농부활법'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하는 길이 시급합니다.

농촌을 부활시키는 특별법을 만드는 곳이 바로 국회이고 오는 4월 13일이 국회의원총선거일입니다. 남부 3군에 중부권인 괴산군까지 포함된 보은·옥천·영동·괴산 선거구는 전형적인 농촌지역 일색의 선거구입니다. 따라서 이 선거구에 출마하는 국회의원후보는 소속 정당의 공약과는 별도로 농촌을 부활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해야 합니다. 물론 제시된 공약을 꼼꼼하게 비교 분석하면서 후보자들에게 농촌부활의 역사적 사명을 인식시키고 또 그 사명을 충실하게 실천할 그런 국회의원을 뽑는 하늘같은 사명은 바로 우리 유권자들에게 있습니다.

민심이 바로 천심이라고 합니다. 농업은 인류의 존속과 번영을 위한 지극히 소중한 산업입니다.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서도 농업 진흥을 통한 농촌부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서양 속담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농촌을 만드셨고 인간들은 도시를 만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압축 성장의 희생물이 되었던 농업의 진정한 가치를 되살리고 키워나갈 유능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바로 농촌부활의 천심을 이 땅에 실현하는 길이며 그 길의 주인공은 유권자 바로 당신입니다.

최 규 인

보은장신 / 보은향토문화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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