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를 똑똑하게 즐기는 법 ②
대중문화를 똑똑하게 즐기는 법 ②
  • 편집부
  • 승인 2016.03.24 15:18
  • 호수 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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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

드라마 읽기

대중문화는 대중들의 공감을 얻을 때 성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시청률을 올리고, 영화는 관객동원을 하게 되고, 음악은 음원판매를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문화들은 대중들의 삶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그들의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첫 번째 주제로 '드라마'를 정했다. 드라마는 우리들에게 노출 되는 시간이 많고 그만큼 접점이 크기 때문에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야 한다.

필자의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아 아주 오래된 드라마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어렸을 적 드라마 기억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드라마는 '목욕탕 집 남자들' 이다. 이 드라마는 이순재를 중심으로 한 대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개개인의 개성이 잘 표현된 드라마로 작품성 또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문화예술이 작품성에 치중하게 되면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

피카소의 그림이 예술적 가치가 높아, 그만큼 비싸지만 사실 일반인들이 그 가격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욕탕 집 남자들'은 53% 라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성공한 케이스에 꼽힌다. 그 중심에는 '가부장제' 와 '남성우월주의'가 포함되어 있었다. '목욕탕 집 남자들'이 방영된 1995년 당시까지만 해도 대가족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고 그 안에 남자의 지위는 막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인권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 되었는데 실제로 '목욕탕 집 남자들' 드라마에서도 그런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남자들이 식사를 끝마칠 때 까지 기다리거나, 따로 거실에서 식사를 하는 여자들이라던가, 가족사진을 찍을 때 역시 남자들만 찍고 여자들은 가족사진에 포함되지 않는다던가 하는 부분들이 그렇다. 그 안에서 가장 현실적인 여성상을 그려내는 역할이 고두심이었는데, 시어머니인 이순재와 강부자 사이에서 고부간의 갈등과 시집살이를 혹독하게 하며, 점차 나 자신의 삶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 속상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던 중 강부자를 중심으로 집안 내 여자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반란이라고 해봤자 식사가 끝난 뒤 설거지는 알아서 하라는 말을 한 것 뿐이지만, 단순한 이 말 한 마디가 대한민국 주부들의 서러움을 통쾌하게 날려버릴 수 있게 해줬고, 그 이후 지속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남자들이 당황해 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드라마의 이런 내용들은 사람들의 많은 공감을 이끌어 냈고 당시 '여성인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고, 정부에서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10대 중·단기 중점추진과제'를 발표하였고, 남녀고용평등의 달 제정, 여성발전 기본법 제정, 여성 후보를 앞세운 선거 캠페인 등과 함께 최근 영화 '귀향'과 함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위안부문제를 다시 한 번 환기 시키게 되는 '나눔의 집'이 1995년에 완공되었다.

이 부분이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렇기 때문에 이런 대중문화가 형성된 것인지, 대중문화가 이렇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간 것인지, 무엇이 선행된 것인지 아직까지 명확한 근거가 제시된 바는 없다. 하지만 하나의 대중문화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일으켰는지 살펴보면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되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그저 편하게 즐기기만 했던 '드라마'라는 장르가 이렇게 우리들의 일상을 이렇게 많이 담고 있다. 이번 시간이 과거의 사례를 들어보는 '드라마 - 과거편' 이었다면, 다음 시간에는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들을 토대로 현재 우리들의 일상을 살펴보는 '드라마 - 현재편'을 살펴보고, 이를 우리들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백승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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